[인터뷰] 류승룡 “‘류승룡 때문에 보러온다’는 말에 강한 책임감 느껴”

입력 2013-02-08 09: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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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은 “인기보다는 친근함과 성실함으로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무엇이든 만지면 황금으로 변하는 '미다스의 손'. 충무로의 '미다스의 손'으로 배우 류승룡(43)을 꼽아도 결코 오버는 아닐 것이다. 지난해 '최종병기 활'(747만 명), '내 아내의 모든 것'(458만 명), '광해, 왕이 된 남자'(1230만 명)으로 세 작품을 연달아 흥행시켜 '흥행보증수표'로 떠올랐다.

그런데 계사년에도 이런 행보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이 또다시 흥행홈런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개봉한 지 17일만에 벌써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류승룡 역시 이러한 스코어에 깜짝 놀라며 "와~정말 좋다"라고 기쁨을 표했다.

'7번방의 선물'은 '예승'(갈소원)이라는 딸을 둔 아빠 용구(류승룡)가 뜻하지 않게 어린이 납치 및 살인 혐의를 받아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그 곳에서 함께하는 '7번방 수감자'들이 용구를 위해 딸 예승을 '7번방'으로 데리고 오며 벌어지는 이야기.

류승룡의 따뜻한 부성애와 딸 예승의 깜찍하고 성숙한 연기가 관객들의 손수건을 적시고 있다.

류승룡은 6세 지능을 가진 아빠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 지능이 멈춘 장애우를 롤모델로 삼아 말투나 행동 등을 익혔고 영화 속 딸로 나오는 갈소원을 보며 순수한 마음,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부성애를 합쳐 ‘딸바보’ 용구 아빠를 완성시켰다.

그렇게 ‘아빠 용구’를 연기한 류승룡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순수함을 경험했다”며 “우리가 나이를 먹고 세상을 사는 동안 무엇을 잊고 살았는 지에 대해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류승룡이 이번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지 반전을 위해서? 작품이 좋아서?

“‘7번방의 선물’은 블랙코미디와 페이소스(동정과 연민의 감정)가 좋았어요. 저는 용구를 보며 굉장히 답답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왜 아픈지는 스포일러라…(웃음). 극장 안에서는 웃고 웃으며 보겠지만 극장 밖에서는 다른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7번방의 선물’이 착한 영화라서 고른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파나 어른동화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그는 그 안에 담긴 블랙코미디(웃음을 통해 환멸과 냉소를 표현하는 드라마의 형식)가 좋았다고 했다.

이번 '7번방의 선물'이 공식적으로 그의 첫 주연 작품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원톱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함께 참여한 모든 배우들이 공동 주연이다"며 "배우들과 함께 해서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영화에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류승룡 때문에 본다'라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류승룡은 “인기보다는 친근함과 성실함으로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제가 할 몫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류승룡 때문에 본다’라는 말을 들으니 작품의 전체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는 "내게 이런 날이 올거라 생각도 못했다"며 예상치 못했던 사랑과 관심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달하기도 했다.

“저는 광고를 많이 찍으려고, 명성을 얻으려고 배우가 된 게 아니거든요. 그냥 재미있게 치열하게 연기를 하다 보니 인기는 ‘보너스’로 오더라고요. (웃음) 늘 감사하죠.”

배우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재미'와 '목표'라고 생각하는 류승룡은 현재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현재 서울종합예술학교에서 연기예술학부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류승룡은 제자들에게 "미친듯이 연기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저처럼 재미있게 연기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상응하는 대가들이 같이 따라올 것이라고 하죠. 그들을 가르치면서 옛날 초심도 다시 생각나서 젊은 열정을 보며 저도 동기부여가 되고요. 연기를 가르치니까 그 동안의 알고 있었던 이론들이 잘 정립되고 있어요.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류승룡의 20대는 어땠을까. 그는 "질풍노도의 시기였다"며 "연기를 한 게 천만다행이었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20대는 힘들잖아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방황하고 힘들어하고…. 그런 힘든 마음들을 연기로 승화시켰던 것 같아요. 참 다행이죠. 힘들면 나쁜 생각도 하고 옳지 않은 길로 갈 수도 있잖아요."

류승룡은 앞으로도 "재미있게 연기하는 게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류승룡은 현재 '명량, 회오리바다'를 열심히 촬영중이다. 또 한 번의 홈런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의 '해전'을 자본을 들여서 심도있게 다룬 적은 없었거든요. 이런 게 참 신선해서 좋았어요. 또 다른 카리스마를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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