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웽거 감독. 사진출처|아스널 공식사이트
아스널은 19일 열릴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주력들을 대거 선발에서 뺐다. 1.5군으로도 충분히 블랙번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사실 내용면에서 아센 웽거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유효 슛 12-3에서 알 수 있듯 일방적으로 아스널이 우세했다. 하지만 위기가 닥쳤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24분 승부수를 띄웠다. 몸만 풀던 월콧-윌셔-카졸라 등 주전 3명이 한꺼번에 투입됐다. 하지만 이는 독으로 작용했다. 2분 만에 상대 공격수 리차즈에 선제 결승골을 내줬다. 방심이 화를 불렀다. 패스의 질이 높아지고, 창끝이 날카로워진 건 분명했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인터뷰 룸에 등장한 웽거 감독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취재진의 날선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16차례 슛을 쏜 팀이 한 번의 역습에 패한 경기였다. 이런 패배는 너무 고통스럽다. 주변 불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 시즌은 아직 진행 중이다.”
웽거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에 오른 건 분명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리그 무패 우승을 하는 등 전성기를 보냈지만 한참 이전 일이다. 2005년 FA컵 우승 이후 트로피를 전혀 챙기지 못했다. 절대적 입지를 자랑해온 웽거 감독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경질설이 흘러나온다. 정규리그 우승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일한 자존심 회복의 길은 챔스리그 뿐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버겁다. ‘끝나지 않은 시즌’이지만 이미 아스널은 좌절감에 휩싸여 있었다.
런던(영국)|이지훈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