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스파이 잠입…윤석민이 털렸다

입력 2013-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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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스포츠동아DB

■ 대표팀, NC와 첫 평가전 출입문까지 잠갔지만…

대만 전력분석원들 심판 위장 심판실 잠입
4회 초시계로 투수 퀵모션 측정하다 발각
3회까지 던진 에이스 윤석민 고스란히 노출
한국심판들 안 데려간 KBO 안일함도 문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야구국가대표팀이 NC와 비공개 평가전을 치른 19일 대만 도류구장에 대만 전력분석원들이 잠입했다가 발각돼 쫓겨나는 ‘스파이 사건’이 벌어졌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첫 평가전을 앞두고 전력노출을 우려해 야구장 출입문 셔터를 내리고 허가된 사람만 들여보내는 철통보안을 펼쳤으나, ‘열 경찰이 도둑 하나를 막을 순 없었다’.

대만의 침투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릴 만큼 기상천외했다. 전력분석원 4명이 심판후보생으로 위장해 야구장 심판실에 버젓이 잠입한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직원들은 평가전 진행을 위해 초청한 대만 아마추어 심판들과 함께 구장을 찾은 이들을 처음에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심판실에서 초시계를 들고 한국 투수의 퀵모션을 측정하는 등 수상한 행동을 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KBO 직원들이 추궁하자 그제야 신분을 실토했다. 이들을 쫓아내긴 했으나 경기는 이미 4회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대만 분석원들이 3회까지 던진 대표팀 에이스 윤석민(KIA)을 모두 관찰한 뒤였다.

KBO는 대만프로야구연맹(CPBL)에 공식 항의를 했다. 그러나 CPBL은 이메일로 공식 사과를 하면서도 “도류구장에 가지 말라고 만류했는데 전력분석팀이 자발적으로 간 것”이라고 변명했다.

대만의 ‘반칙’이 1차적 문제겠지만, KBO의 안이한 대처도 정보누출을 불렀다. 대만 전훈 첫날부터 대만 전력분석원들이 관중석에 숨어들어온 사실을 떠올리면 평가전은 더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 심판들을 대만에 동행했다면 예방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국내 프로심판들은 적응훈련을 위해 프로야구단의 스프링캠프를 순회하며 평가전 심판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타이중에서 열리는 WBC 1라운드뿐 아니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서도 우리와 격돌할 가능성이 큰 숙적이다. 첩보전, 신경전 같은 장외전쟁에서도 대표팀이 평상심을 잃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책무가 KBO에 있다. 그래도 류 감독은 “현대야구는 정보전이다.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겠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의연하게 대처했다.

도류(대만)|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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