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te 2013]‘애니팡 신화’ 카카오, 상생에 대한 깊은 고민

입력 2013-04-13 18: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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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가 유니티 게임 엔진과 게임 개발 과정 등을 소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 ‘유나이트 코리아 2013(Unity Technologies Korea)’을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새천년관에서 11일부터 12일까지 개최했다. 유나이트 코리아 2013은 유니티 엔진 사용자와 게임 개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컨퍼런스로, 올해가 2회째다. 유니티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 시장 동향, 게임 플랫폼의 현주소, 모바일 게임 관련 개발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12일 행사의 메인 강연은 카카오가 맡았다. 카카오의 김지호 개발팀장은 ‘카카오 게임 플랫폼의 오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고, 카카오가 메신저에서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된 과정과 카카오게임 플랫폼에 대해 설명했다.



메신저에서 플랫폼으로 거듭나기까지

2009년 아이폰이 출시될 당시,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했다. 김지호 팀장은 “다만 다른 기업들이 ‘모바일도 해야 한다’라고 생각했을 때 카카오는 ‘모바일만 해야겠다’라고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트래픽이 웹 시장에서 나왔기 때문에 모바일 시장만 바라본다는 것은 모험과도 같았다. 카카오는 2010년 카카오톡, 카카오아지트, 카카오수다 등 3가지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용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던 카카오톡에 집중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카카오톡은 큰 성공을 거뒀다.

2011년 10월,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메신저를 넘어선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기로 결정했다. 카카오톡의 자산인 소셜, 모바일, 트래픽이 플랫폼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보았던 것. 그렇게 내놓은 서비스가 바로 플러스친구, 카카오링크, 카카오게임, 카카오페이지 등이다.

물론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과연 메신저가 플랫폼이 될 수 있겠느냐’고 의심했다. 때문에 카카오게임 준비 시 많은 업체들이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게임을 입점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게임 서비스를 시작하고 1주일 가량은 반응이 없어 카카오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2주가 지나자 달라졌다. ‘애니팡’을 시작으로 ‘드래곤 플라이트’, ‘아이러브커피’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일명 국민 게임으로 등극했다.


이렇게 카카오톡은 카카오게임을 통해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김 팀장은 “카카오의 트래픽과 소셜이라는 측면이 사용자의 유입 통로가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내부의 ‘게임하기 페이지’와 ‘더보기’에 카카오게임이 노출되며 트래픽이 늘어났으며, ‘초대하기’와 ‘자랑하기’ 등 카카오톡 친구들을 연계한 소셜 요소가 사용자들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던 것. 수익성도 검증됐다. 최근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Top10의 대부분이 카카오 게임으로 채워지고 있다.


성공하는 카카오 게임의 비결은?

김 팀장은 카카오에 입점해 성공하는 게임들의 공통점에 대해 소개했다. “많은 게임사들이 카카오톡에서 성공한 게임과 그렇지 못한 게임은 무엇이고, 성공하는 비결은 무엇이냐고 묻는데 카카오가 정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친구관계의 적절한 활용, 모바일 최적화, 장르의 선점, 명확한 포지션, 비즈니스 모델의 설계다”라고 설명했다.


친구관계의 적절한 활용이란 카카오톡의 친구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애니팡은 카카오톡 친구 간 하트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하며 성공했다.

해당 게임이 모바일에 잘 최적화되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현재 카카오 게임으로 출시된 ‘카트라이더 러시’, ‘스페셜 포스’ 등의 게임은 이미 온라인 게임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카카오를 통해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모바일에 꼭 맞게 최적화하는 것이 다소 부족했던 탓이다.

장르 선점도 중요하다. 애니팡은 성공을 거뒀지만 그 이후의 팡류 게임은 성공이 쉽지 않았던 것처럼, 참신한 장르의 게임을 먼저 내놓는 것도 관건이다.

명확한 포지션이라는 개념도 이와 비슷하다. 현재 남들이 하고 있지 않는 장르를 개척했을 때 성공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데빌케이커’, ‘한큐’ 등은 기존에 카카오톡에 없던 장르의 게임이다. 덕분에 두 게임 모두 인기를 끌었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을 잘 설계해야 한다. 게임사의 목적은 트래픽 상승이 아니라 수익을 올리는 것에 있으므로, 제 아무리 카카오톡을 통한 트래픽이 많더라도 비즈니스 모델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면 실제 매출을 올리기가 어렵다. 수익 모델을 잘 구현한 카카오톡 게임이 바로 드래곤 플라이트다. 드래곤 플라이트는 일 최고 매출 10억을 달성하기도 했다.


카카오 게임으로 입점하려면?

김 팀장은 카카오 게임에 입점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에 입점하려면 with.kakao.com에 제안하면 된다. 모든 개발사가 이를 통해 제안해야만 한다. 게임 실행 파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획서, 카카오친구 활용에 대한 기획서를 제출하면 된다. 기획서가 들어오면, 카카오는 이를 검토하고 기본 요건을 갖춘 모든 게임사에 대해 미팅을 진행한다. 미팅 후 내부 협의를 통해 입점 여부를 확정짓고, 카카오 SDK를 적용한다.

참고로 입점 후 게임 오픈은 카카오가 개입하지 않는다. SDK를 적용한 뒤, 카카오가 SDK가 제대로 적용됐는지 검수만 할 뿐이며 이후에는 게임사가 원하는 대로 진행하면 된다. 게임사가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게임을 오픈할 수 있으며, 기술이나 기획 부분에 지원을 요청하면 카카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 팀장은 “사실 카카오 게임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데다 개별 미팅을 진행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입점 확정까지 걸리는 기간이 2~3주, 또는 4주까지 걸리고 있다. 하지만 이 프로세스는 차별 없이 모든 게임사에 동등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중소 게임사와의 상생 고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에 입점되는 게임을 활성화하고자 여러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채팅 플러스를 이용해 카카오 게임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카카오톡 게임하기 리스트도 각각의 사용자에 맞게 맞춤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모든 카카오 사용자에게 동일한 게임하기 리스트가 나타나는데, 향후에는 해당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게임, 친구가 하는 게임, 각 게임을 하는 친구들을 볼 수 있다.

글로벌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몇몇 게임사의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며 번역 서버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현재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라인’에 대한 대응 전략도 중요하다. 이에 김 팀장은 “상대적으로 라인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일본과 같은 국가보다는, 라인이 압도적이지 않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시장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 개발사와의 상생을 위한 방안도 준비 중이다. 김 팀장은 “리더보드와 하트 전송 시 서버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중소 게임사들의 부담이 크다. 중소 게임사들이 서버에 들이는 70~80%의 비용이 리더보드와 하트 전송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대한 부담을 카카오가 지고, 게임사는 비용 부담에서 벗어나 게임 질 향상에 힘쓰도록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리더보드와 하트 전송에 대한 부담을 카카오가 대신한다 해서 요구하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중소 게임사를 지원하는 펀드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정 금액 이상의 수익을 달성한 게임사가 일부 금액을 펀드에 적립해야 하고, 카카오도 수익과 비례해 펀드에 금액을 적립한다. 이렇게 모은 자금으로 일정 이상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기업이나 중소 게임사에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중소 게임사의 기준이나 일정 이상의 매출 기준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최근 카카오게임 입점에 대해 일부 중소 게임사나 인디 개발자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 게임사들은 카카오톡 게임이 대형 게임사 위주로 재편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톡 게임하기 리스트를 보면 광고와 경품 행사가 노출되어 있는데, 중소 게임사나 인디 개발자들은 홍보비를 많이 쏟을 여력이 없다. 때문에 대기업 위주의 게임 광고나 이벤트가 주로 노출되고 있다.

카카오가 iOS와 안드로이드를 모두 지원하는 게임만 입점하도록 3월 12일부터 기준을 바꾼 것도 중소 개발사에 부담이 됐다. 또한 게임사들이 애플이나 구글에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지급하는데, 여기에 남은 매출의 30%를 카카오톡에 지급해야 한다. 중소 게임사나 인디 개발자라면 플랫폼을 빌리는 대가가 너무 크다고 느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http://game.donga.com/66311/ 참고).

물론 이에 대한 카카오의 고민도 깊다. 앞서 언급했듯이 리더보드나 하트 전송에 드는 서버 비용을 카카오가 부담하고, 펀드 마련을 고려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한편, 중소 게임사나 인디 개발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카카오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는 만큼 아쉬움이 클 수 있다.

본 기자는 행사에 참여하며 두 가지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나는 카카오와 중소 개발사 간 오해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었다. 가령 중소 개발사는 “중소 개발사가 어떻게 CS 창구를 따로 만들 수 있겠느냐”라고 이야기했다.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 게임 유저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 중 하나가 어딜 가도 게임사의 연락처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간단하게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를 적어놓는 등 최소한의 채널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것이지, 별도로 콜센터를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 안타까웠던 점은 카카오가 중소 개발사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인디 개발자에 대해서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김 팀장은 “아직 카카오가 인디 개발자의 입장까지 고려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물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현재는 10인 남짓의 중소 게임사 정도까지만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라고 인정했다.

아무래도 카카오나 카카오에 입점한 기업들이 급격하게 성장하다 보니, 이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도 흑자를 달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다른 중소 개발사나 인디 개발자들을 돌아보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달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 해 매출액 461억 원, 영업이익 69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카카오가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던 1등 공신도 카카오 게임 덕분이니 중소 게임사나 인디 개발자와 상생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또한 CS 창구 마련과 같이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 카카
오와 게임사 간 충분히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 이를 통해 카카오, 중소 게임사와 인디 개발자가 모두 크게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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