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강속구 시대’ 느린 윤성환이 뜬다…왜?

입력 2013-05-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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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스피드 한계 깨닫고 완급조절 지옥훈련
평균구속 138km 불구 제구력으로 승부
3승1패 방어율 2.10…목표 15승 가능
“꾸준함 자신 한국의 우편배달부 되겠다”


‘빠름’이 대세인 시대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00마일(약 161km) 이상을 던진 투수가 10여명이나 나왔다”고 했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 시즌 국내프로야구 투수들의 직구 평균구속도 141km. 그러나 이런 고속의 흐름을 거스르면서도 마운드 위에 우뚝 선 투수가 있다. 바로 삼성 윤성환(32)이다. 스포츠투아이가 밝힌 올 시즌 그의 직구 평균구속은 137∼138km. 그래도 4월 26일 광주 KIA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둔 데 이어 5월 2일 대구 넥센전에서도 6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3일까지 3승1패에 방어율 2.10. 목표로 삼았던 “15승, 2점대 방어율”이 가능한 페이스다.


○ 강속구 없는 에이스의 살길, 회전력·제구력·완급조절

3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삼성 류중일 감독은 “투수가 공만 빠르면 5승, 제구까지 되면 10승, 변화구까지 갖추면 15승, 수비·견제 능력까지 겸비하면 20승을 한다”는 얘기를 꺼냈다. 윤성환 역시 불펜투수 시절에는 최고 구속 147∼148km의 빠른 직구를 던졌다. 그러나 선발로 전환하면서, 5이닝 이상을 전력투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피드를 줄이는 대신 제구력과 완급조절을 중시하는 투수로 변신했다. 네트에 사각형 모양의 박스를 그린 뒤, 그 모서리에 공을 던지는 훈련을 하면서 제구력을 익혔다. 커브를 마음먹은 대로 구사하게 되면서 완급조절까지 추가했다.


○‘정확하게 들어간 공은 못 친다’는 자신감

류중일 감독은 “임호균(전 삼미), 방수원(전 해태) 선배와 비슷한 유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윤성환과 이들 투수 간에는 시간적 단절이 상당하다. 윤성환은 “주로 일본 투수들을 보면서 내 스타일을 가다듬었다”고 밝혔다. 스기우치 도시야(요미우리) 등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공의 회전력이 좋은 투수들이 롤 모델이었다. 2005년 팔꿈치 수술 이후 2년간 힘겨운 재활훈련을 이겨내고 보니, 무서울 것이 없었다. ‘빠르지 않아도 내 공은 못 친다’는 자신감까지 갖추게 되면서, 리그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프로야구의 ‘우편배달부’를 꿈꾸며

얼마 전 고교(부산상고·현 개성고) 후배 한명이 전화를 걸어왔다. 구속이 안 나온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제구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대부분의 프로 스카우트들은 스피드가 나와야 그 투수를 눈여겨본다. 그래서 윤성환은 “내가 잘해야 새로운 유형의 투수들에게도 기회가 생긴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있다. “저는 류현진(LA 다저스)도 아니고, 윤석민(KIA)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꾸준함만큼은 자신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제 몫을 해내는 선발투수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20득점·10리바운드를 올린다고 해서 ‘우편배달부’라는 별명을 얻은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칼 말론. 느리지만 정확하게 자신의 목적지로 공을 배달하는 윤성환 역시 한국프로야구의 ‘우편배달부’를 꿈꾼다.

사직|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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