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현경 “영화 ‘전국노래자랑’, 가장 리얼한 작품”

입력 2013-05-08 12: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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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현경은 최근 화제가 된 YG 길거리 캐스팅에 대해 “YG에게 무척 미안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가장 리얼(Real)한 영화 아닐까요?”

배우 류현경(30)이 평범한 아줌마로 변신했다.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류현경은 가수를 꿈꾸는 철없는 남편 봉남(김인권)과 미용실을 하며 하루하루 삶을 꾸려가는 아내 미애 역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노래를 하지 않고 꿈과 가장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미애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 평범함이 류현경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김해에서 미장원을 둘러봤어요. 자주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인데도 마음이 짠해졌어요. 누구에게나 꿈은 있지만 살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며 묵묵히 일을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 영화가 그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극 중 미애는 가장 현실적이고 서러운 인물이다. 그래서 더 안쓰러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집주인에게 빌고 또 빌었지만 가게 월세를 못내 내일이라도 쫓겨날 것 같고, 돈을 빌리러 찾아간 엄마에게는 왜 그렇게 사느냐고 타박만 듣는다. 미용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한 남편 봉남은 소싯적 꿈을 이룬답시고 ‘전국노래자랑’에 몰래 나가 미애를 실망시킨다.

“슬펐죠. 그 중 가장 서러웠던 건 고깃집에서 일하는 장면이에요. 고기 불판을 닦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고요. 진짜도 아닌데 왜 그렇게 서럽던지 너무 많이 울어서 코까지 빨개졌어요.”

류현경의 속을 새까맣게 태웠던 남편 김인권은 실제로 남편 같았다고. 류현경은 김해에서 촬영하며 김인권의 의상이나 머리 등을 신경써주기도 했다.

“인권 오빠를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겨요. 모성본능을 일으킨다고나 할까? 그런데 오빠도 저를 보면 본인과 살아온 과정이 비슷해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대요. 서로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 중 하나는 제작자 이경규이다. 류현경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경규에 대해 말했다. 그는 “애정이 무척 많은 분이다. 촬영장에서나 회식자리에서나 이 영화가 배우들 커리어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세요. 단지 그걸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에 두고 계세요. 이러쿵저러쿵 관여하시기보다 배우들과 연출자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뒤에서 묵묵히 바라봐 주셨어요. ‘배려의 아이콘’이죠.”

배우 류현경.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올해로 18년차 연기자인 류현경은 아직 이렇다할 대표작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담감이나 아쉬움도 없다.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렸을 적에는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 연기를 한다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연기가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된 건 25살에 찍은 ‘신기전’이에요. 그 작품으로 평생 연기를 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연기를 하며 스스로 안 창피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랑을 받진 못해도 내 마음속에는 모든 작품이 내 대표작이에요.”

당분간 류현경은 차기작이 들어올 때까지 쉴 예정. 쉬는 날 틈틈이 집 뒤에 있는 북악산을 다니며 세상 구경을 한다. 가수 길, 이적, 배우 조여정 등 지인들과 함께 하기도 한다.

“산을 올라가며 풍경이나 사람을 구경하는 걸 좋아해요. 생각나는 친구가 있는 날은 함께 이야기도 도란도란하며 올라가고요.”

우리의 소박한 삶으로 꾸며진 영화로 한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류현경은 관객들이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했으면 한다.

“우리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것이에요. 영화 속에서도 인생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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