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 월드풋볼 엿보기] 영웅들의 은퇴…팬들은 오늘도 추억에 젖는다

입력 2013-05-22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축구 영웅들이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유럽프로축구에서는 시즌이 끝나는 이맘때가 되면 종종 은퇴 선언을 하는 선수가 나오긴 하지만 올 여름은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난 느낌이다. 굵직한 이름값의 축구인들이 대거 그라운드와 이별했다. 물론 끝은 아니다. 지휘봉을 내려놓는다고, 또 유니폼을 벗는다고 인생을 마감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제2의 출발을 위한 잠깐의 휴식일 뿐…. 하지만 서운함은 지우기 어렵다. 이들의 족적이 너무 깊었으니까.


○떠날 때를 알았던 영웅들

상위 단체 직원, 구단 프런트 등 일부를 제외하면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대개 비정규직이다.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철저히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일까. 축구계에서는 자신의 출발은 알아도 마지막은 모른다는 자조 섞인 표현까지 나온다. 중도 하차도 허다하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축구 인생의 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위대한 이들도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영광을 지휘한 스코틀랜드 출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대표적이다.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간 퍼거슨은 본인이 ‘끝’을 택했고, 구단은 이를 기념해 호화로운 은퇴식도 열어줬다. 미국 방송채널 CNN도 맨체스터에 자사 특파원을 파견, 라이브로 현장 소식을 생생히 전해 눈길을 끌었다.

바이에른뮌헨(독일)을 이끈 독일 축구대부인 유프 하인케스 감독도 마찬가지. 퍼거슨처럼 한 팀을 오래 이끈 ‘원 클럽 맨’은 아니었어도 뮌헨글라트바흐 태생의 그는 바이에른뮌헨-묀헨글라트바흐-레버쿠젠(이상 독일)-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쟁쟁한 클럽을 26년 간 이끌었던 남다른 이력이 있다.

길었던 지도자 경력 못지않게 흥미로운 대목은 은퇴 이유. 딱 한 가지였는데, 모두 가족을 꼽았다. 고독하면서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누구보다 희생이 많은 게 축구인들의 가족. 조금이나마 자신을 위해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왔던 가족들에 대한 마지막 봉사(?)의 자세로 그라운드와 작별을 택한 것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 여러 명의 베테랑들도 팬들과 이별을 고했다. 프리미어리그의 오랜 라이벌 맨유와 리버풀 출신들이 많았던 게 특징이었다. 맨유 전성시대를 엮은 폴 스콜스(맨유)와 데이비드 베컴(PSG)의 은퇴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리버풀에서 급부상해 잠시 주춤했던 잉글랜드 축구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은 마이클 오언(스토크시티)과 제이미 캐러거(리버풀) 역시 영욕으로 점철된 현역 신분에서 벗어났다.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