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안방…이지영 “성환이 형, 미안해요”

입력 2013-05-2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 이지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순간 방심…실수 되풀이 않겠다”

“(윤)성환이 형한테 너무 미안하죠.”

삼성-한화전이 열린 24일 대전구장. 경기 전 삼성 포수 이지영(27)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전날 대구 LG전 1-1로 맞선 6회초 2사 1·3루서 투수 선발투수 윤성환에게 천천히 공을 던지는 사이 3루주자 권용관이 홈으로 파고드는 것을 막지 못하고 실점을 한 사건 때문이었다. 이지영의 표현 그대로 옮기면, “평생 야구를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게 정말 나에게 일어난 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투수에게 공을 던지기 전 일어서서 누상에 있는 주자를 확인하는 것은 포수의 기본이다. 그런데 한순간의 방심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호투하던 윤성환이 흔들렸다. 결국 윤성환은 8이닝 8안타 8탈삼진 3실점으로 역투하고도 패전을 떠안았다.

“미안해요. 형.” 이지영은 경기 후 윤성환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사과했다. 윤성환은 “괜찮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된다”며 되레 이지영을 감쌌다. 더 미안해졌다. 패전투수가 되고도 자신보다 더 당황했을 후배를 감싸주는 따뜻한 선배의 마음을 잘 알아서다. 이지영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윤)성환이 형한테도 정말 미안하다”며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이고,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일 아닌가.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마스크를 쓰고 안방에 앉으면 눈에 불을 켜고 있겠다.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대전|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