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을 위해 두 달 가까이 기다렸다. 한화 용병 대나 이브랜드(37번)가 26일 대전 삼성전 8회초 2사 1루서 삼성 진갑용을 내야 플라이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온 뒤 덕아웃의 동료들과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국어 인사 등 새환경 적응 노력
10전11기…삼성전 8이닝 무실점
“날 지원해준 동료들 생큐” V소감
“왼손으로 던지는 분? 따뜻해지면 잘 던진다니까 믿고 써봐야지.”
한화 김응룡(72) 감독은 덕아웃에서 대나 이브랜드(30)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브랜드는 LA 다저스로 떠난 류현진의 빈 자리를 메워줄 용병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였다. 25일까지 10번 선발등판에 승리 없이 4패, 방어율은 무려 7.07.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인 경기는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4월 26일 문학 SK전뿐이었지만 그마저도 타선 지원을 받지 못했고, 불펜이 무너지면서 한국무대 첫 승이 무산됐다.
이브랜드는 5월에도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 1일 대전 롯데전에서는 5이닝 2실점(2자책)했지만 7일 마산 NC전에서 3.1이닝 4실점, 15일 목동 넥센전에서 6이닝 8실점, 21일 광주 KIA전에서 4.1이닝 5실점하며 무너졌다. 등판하면 난타를 당하는 이브랜드를 두고 한화 코칭스태프는 고민에 빠졌다. 퇴출설이 흘러나왔지만 마땅한 대체용병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이브랜드가 메이저리그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며 “한국타자들은 선구안이 좋아 나쁜 볼에는 방망이를 내지 않고 콘택트 능력도 좋은데 미국 타자들 상대하듯 하기 때문에 결과가 나쁘게 나오고 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브랜드도 위기의식을 느꼈다. 터닝 포인트는 119개의 공을 던지며 6이닝 10안타 8실점한 15일 목동 넥센전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 한계를 느껴보라’며 조기강판시키지 않았고, 이브랜드는 8실점 뒤 마운드를 내려오며 스스로에게 화를 냈다. 이후 그는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은 영어인사만 고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녕하세요”라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며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태도가 바뀌자 성적도 따라왔다. 26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124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 7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감격스러운 한국무대 첫 승을 거뒀다. 직구 최고구속은 144km에 불과했지만 직구와 스피드가 비슷한 투심패스트볼과 각이 예리한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으로 삼성 타자들을 마음껏 요리했다. 8회 2사 후 배영섭에게 볼넷을 내주며 투구수가 119개에 달했지만 마지막 타자 진갑용을 범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끝까지 책임졌다.
이브랜드는 “오늘 첫 승을 거둬 기분이 ‘판타스틱’하다”며 “8회 (볼넷을 내준 뒤) (송진우)투수코치가 올라와 몸 상태를 물어봤는데 ‘1아웃을 더 잡고 싶다’고 말했다. 투수코치가 타자에만 집중하라고 해서 던진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그동안 1승을 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팀과 팬들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지원해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대전|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