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베니딕트 컴버배치 “아이폰으로 오디션 봤다”

입력 2013-06-01 15: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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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베니딕트 컴버배치 “아이폰으로 오디션 봤다”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신작으로 거대한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액션으로 호평을 불러모으고 있는 영화 ‘스타트렉 다크니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BBC 드라마 ‘셜록’ 시리즈로 주목받은 데 이어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 지능적이며 냉철한 악역 ‘존 해리슨’ 역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인터뷰가 공개되었다.

Q: ‘스타트렉 다크니스’ 오디션을 아이폰으로 촬영한 게 사실인지?

A: 아이폰으로 촬영했다. 2011년 크리스마스였는데 할리우드에선 알다시피 휴일이 없고 그들은 당장 오디션을 원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캐스팅 디렉터들은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끼어서 다 휴가 중이었고 27일에 오디션을 완료하려 했지만 테크놀로지가 도와주질 않았다. 배터리는 고장 났고 캠코더도 자꾸 꺼져서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스타트렉’에 정말 출연하고 싶었지만 다른 작품의 촬영이 23일 끝나기 때문에 3일 안에 오디션을 끝내야만 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바로 해결해야만 했고, 그래서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전화해서 도움을 청했다. 한 시간 동안 3 씬을 2 테이크 만에 촬영했다. 친구의 부엌에 가서 테이블 램프를 조명으로 이용했고 친구 부인이 세트디자이너였는데, 정확한 앵글을 위해 의자 두 개 사이에 카메라를 놓고 균형을 잡아줬다. 겨우 뭔가를 찍을 수 있게 되었고 다음날 파일을 압축하는데 하루 종일이 걸렸다. 그러고 나서 J.J.에이브럼스 감독에게 가장 좋은 버전을 보냈다.

Q: 역할에 바로 빠져들었는지?

A: 그렇다. 왜냐하면 ‘스타트렉’ 첫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TV 시리즈 몇 편과 영화 몇 편을 보고 좋아하던 정도였는데,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첫 번째 스타트렉 작품을 보고 나서 흥분했다. 정말 훌륭했고 ‘네로’를 연기한 에릭 바나가 매우 영리한 배우이자 자신을 놓으면서까지 악랄한 악역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나에게 있어 ‘스타트렉’의 악역을 맡는다는 것은 큰 책임이자 영광이었다.
‘스타트렉 : 더 비기닝’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유머, 액션, 훌륭한 이야기 그리고 모든 캐릭터에 입체감이 있다. 첫 5분 동안은 울다가 다음 10분 동안은 마구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정도였다. 크리스 파인은 ‘커크’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대본과 영화의 스펙터클, 그리고 훌륭한 연기와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시리즈를 새롭게 해석한 방식에 끌렸던 것 같다. 오디션 제의를 받았을 때 에이전트에서도 흥분했다. 당장 테입을 만들어야 한다고 재촉할 정도였다. 그래서 테입을 만들었고 5, 6일 후에 배역을 얻었다.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와서 같이 놀아볼까요?’ 라고 메일을 보냈을 때 두 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대본을 받았고 J.J. 에이브럼스 감독이 첫 영화에서 보여준 취향을 신뢰했기 때문에 그가 두 번째 영화에서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 지 듣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Q.: 존 해리슨의 캐릭터에 대해 소개한다면?

A: 그는 테러리스트이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지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보통의 악당이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악랄한 전사이기도 하다. 환상적인 안무의 액션 씬들을 촬영하는 건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는 신체적으로 우위에 있을 때 뿐 아니라 정적인 순간에도 위험한 인물이다.

Q: 이번 역할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A: 한달 반 동안 4000 칼로리 이상을 매일매일 섭취했다. 하루에 5끼를 먹어야 했는데, 마지막 한달 반 동안은 더 열을 올렸다. 한 달 만에 가슴이 38인치에서 42인치로 늘어났다. 몸 속에 산소화된 피가 흐르고 있는 기분이 좋았다.


Q: J.J. 에이브럼스 감독을 포함해 제작진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A; 멋진 사람들이다. 배우들이 줄곧 과장해서 말한다는 건 알지만 이 정도 스케일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나같이 좋은 우정을 나누기란 쉽지 않다.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그룹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잘 알고 있고 좋은 결과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J.J. 에이브럼스 군단이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좋지만 처음 합류하는 사람의 경우에, 특히 영화 속에서도 외부인을 연기한다면 일원이 되기가 어렵다. 그들 사이에는 환상적인 에너지가 있다. 첫 영화를 통해 모두 친한 친구가 되었고 나는 아웃사이더인 캐릭터를 만들어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주었고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마다 내게 와서 확신을 주었다. 나에게 있어 큰 변화였기 때문에 부담스러웠지만, 영화가 진행되며 점차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영화를 찍으면 찍을수록 더 편안하고 익숙해졌다. 한 번은 긴장이 풀려서 그냥 직관대로 편하게 연기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들자 마자 그러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사람들과 모두 편하게 친해지는 것 보다는 그들 사이에서 나를 고립시키는 연습이 필요했다.

Q: 스티븐 스필버그의 접근방식과도 비슷한지?

A: 그렇다.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 처럼 J.J. 에이브럼스의 경우도 영화의 제목보다 앞서 이름이 나온다. 그는 스타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세계에 들어가서 비전을 실현시켜줄 수가 있다. 이 산업에서 친구 같은 그룹에 속한 다는 것은 드물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 비슷한 나이와 커리어의 사람들이 모이면 무척 재미있다. 모두들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물론 이들 사이에 위계는 있지만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Q: 엔터프라이즈 호 세트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기분이 어땠는지?

A: 놀라웠다. 처음 세트에 갔을 때 ‘브릿지’를 올려다봤다. 안을 들여다보는 우주 바깥의 눈이었다. 물론 촬영 중 그린스크린을 많이 이용하긴 했지만 촬영을 하고 나서 J.J. 에이브럼스는 ‘와서 ‘브릿지’를 한 번 봐’ 라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J.J. 에이브럼스는 ‘브릿지’로 날 데려갔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나서 ‘스타트렉’의 엄청난 팬이 되었다. 그런 식으로 일부가 될 때, 약간 집착이 생기기도 한다. 그 다음에 엔터프라이즈호의 여러 장소를 연결시키는 복도로 들어섰는데 그 또한 매우 아름다웠다. 몇 년 동안 영화 속에서 보고 상상했던 우주선들이 떠오르며 J.J. 에이브럼스의 버전에서 얼마나 독창적인 스타일이 나왔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밟게 된 세트의 모든 장소들이 혁신적이었다. 너무나 많은 것이 존재했고 정말 특별했다. J.J. 에이브럼스는 열정적인 사람이다. 진심으로 모든 작업에 불을 붙이는 사람이다. 그리고 모든 부서에 훌륭한 파트너를 두고 있다. 메이크업, 의상, 디자인까지… 보고 있으면 놀라울 정도다. 그는 처음에 제한적 예산 안에서 우주선을 최대한 많이 지을 수 있기를 원했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는 그린 스크린 촬영이 아닌 실사 촬영 장면이 정말 많다. 놀라운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스릴을 자주 느꼈다.

Q: 그린스크린에서 전체 촬영 된 씬의 완성된 버전을 본 소감은 어땠는지?

A: 촬영 당일 존재하지 않던 것들을 상상하면서 자신을 내던져야 하는 경험은 매우 특별하다. 유일하게 걱정되는 건 나중에 만들어질 환경이 어떠할 것이라고 상상하며 연기했는데 결과적으로 연기가 그림과 너무 동떨어져 보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들이 이런 근심을 없애준 것 같다. 몇몇 사람들은 이 영화가 공상과학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훌륭한 액션 스릴러이기도 하면서 코미디, 로맨스 그리고 모든 액션과 스케일을 다 갖추고 있다. 대작 영화에서 기대할 만한 모든 것이다. 특히 강력한 캐릭터가 있는 드라마이고 이 분야는 J.J. 에이브럼스가 잘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는 훌륭한 캐릭터를 큰 스케일 안에서 그려낼 수 있고 이것이야 말로 실패할 수 없는 공식이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후에 다시 보고 영화의 황금기라고 생각할 것 같다. 특히 3D와 IMAX에 있어서 그렇다. 이 기술은 경험의 영역을 놀랍도록 확장해주고 영화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1960, 70년대를 할리우드의 황금기라고 이야기하는데 현재 우리는 J.J. 에이브럼스 같은 사람들이 완성한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목격하고 있다. 영화 예술의 크나큰 캔버스 안에는 여전히 채워져야 할 부분들이 많고 내 생각에 이 순간이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Q: 부모님이 모두 배우였는데?

A: 일할 때 부모님은 내가 멀리 떨어져 있길 원했고, 백 스테이지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부모님은 내가 연극을 너무 좋아하거나 연극을 하길 원하지 않았지만 불행하게도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무대 뒤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많다. 그들이 무대위로 올라가는 걸 본 적이 많다. 엄마가 무대 뒤에서 스테이지 매니저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무대에서 들어오는 빛과 대화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은 변호사나 건축가, 의사가 되길 원했는데 난 오직 멋진 배우가 되길 원했다.

Q: 관객에게 ‘악역’으로 비춰지는 게 불편하지는 않는지?

A: 그렇지 않다. 얼마 전 ‘어거스트: 오세이지 카운티’라는 영화에서 37살에 부모님의 차고에 얹혀사는 리틀 찰스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 인물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데다가 사촌과 사랑에 빠지기까지 한다. 예민하고 감성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연기한 인물들을 보면, 모두가 악역은 아니다. [셜록]은 안티 히어로이다. 복잡하고 도덕적으로 불분명한 사람이다. 천사의 편이지만 그들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하지만 그는 악당이 아니다. 그래서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편하지 않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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