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피칭 X파일] 10년 만에 완성한 5인 선발…그 뒤엔 봉중근이 버틴다

입력 2013-06-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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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던 LG. 그러나 올 시즌은 달라 보인다. 무엇보다 마운드가 탄탄하다. 불 지르기 일쑤이던 불펜은 제대로 진화하고 있다. LG 불펜의 핵 봉중근이 2일 광주 KIA전에연장 10회 5-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달라진 LG 마운드

LG 마운드가 확실히 강해졌다. 선발진이 제대로 갖춰졌고, 불펜진도 강력하다. 4일 현재 LG는 팀 방어율 3.70으로 삼성(3.55)에 이어 2위다. 특히 불펜진은 방어율 2.98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최근 10년 동안 팀 방어율 1·2위 가운데 95%가 4강에 올랐다. 그 10년 동안 LG는 4강에 오르지 못했다. 마운드가 약했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적었고 불펜도 약했다. 올해 LG 마운드는 예년과 분명히 다르다. 많은 투수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아직 여름승부는 남아있다. 그러나 LG 마운드의 달라진 모습은 11년만의 4강 진출을 기대케 한다.

리즈·주키치 원투펀치 올해도 제 몫


우규민·신정락 국산 잠수함 성능 굿
류제국 합류로 드디어 5인 선발 완성

봉중근, 벌써 12세이브 완벽 마무리
유원상·이형종·정찬헌 등 복귀 대기
탄탄한 마운드…가을야구 기대 증폭



● 완성된 5인 선발로테이션!

LG가 5인 선발로테이션으로 움직인다. 리즈, 주키치, 우규민, 신정락에 류제국이 합류했다. 지난해 LG는 선발투수 찾기에 바빴다. 12명의 선발투수가 기용됐다. 그러나 주키치와 리즈를 제외한 국내파 선발투수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올해는 승부수가 적중했다. 사이드암 우규민과 신정락을 3·4선발로 투입했고, 5월 중순 류제국의 합류로 선발진이 완성됐다. 최근 10년간 LG가 완성된 5인 선발로테이션을 보여주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규정이닝을 채운 LG 선발투수는 리즈와 주키치뿐이었다. 올해는 류제국을 제외한 4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규정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해마다 LG는 약한 선발진 때문에 고전했다. 올해는 강해진 선발진 덕분에 희망이 보인다.


● 우규민 신정락, 생각보다 강하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우규민과 신정락, 두 명의 사이드암이 해주면 4강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두 투수 모두 풀타임 선발이 처음이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우규민과 신정락은 공격적 투수다. 사이드암이지만 스트라이크존 공략에 두려움을 지니고 있지 않다. 흔히 이닝당 투구수가 15개면 A급 투수로 본다. 한 이닝을 15개의 투구로 마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이닝당 투구수가 15개인 선수는 7명뿐이다. 그 가운데 우규민이 15.05개로 1위, 신정락이 15.08개로 2위다. 우규민은 낮은 코스의 제구력이 뛰어나다. 땅볼유도 능력이 좋고, 볼넷도 9이닝당 1.6개로 가장 낮다. 신정락의 피안타율 0.221은 리그 3위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무브먼트가 상당히 좋아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 공이다. 무엇보다 불안했던 제구력이 안정되면서 최근 3연속경기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 중이다.

LG 류제국. 스포츠동아DB



● 류제국! LG의 희망이 됐다.

류제국은 5월 19일 잠실 KIA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5.1이닝 동안 4실점했지만,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5년여의 실전 공백과 군복무, 팔꿈치수술, 한국무대 첫 등판의 난관을 모두 이겨낸 값진 승리였다. 6월 1일 광주 KIA전에선 첫 퀄리티 스타트도 끊었다. 그가 등판한 3차례의 경기에서 LG는 모두 이겼다. 또 류제국이 합류한 이후 LG는 4연속 위닝 시리즈를 작성했다. 코칭스태프에서 걱정했던 것보다 팔의 컨디션이 좋다. 최고 구속이 147km가 나올 만큼 스피드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내년에는 시속 150km가 넘는 공을 쉽게 던질 전망이다. 싱커와 투심패스트볼이 좋고, 커브의 각도는 여전히 날카롭다. 수술한 투수이기 때문에 등판간격 조정에 좀더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여줄 필요는 있다.


● 지난해 퀄리티 스타트, 선발승 모두 최하위

아무리 불펜이 강해도 선발투수가 초반에 무너지면 의미가 없다. 지난해 LG의 선발투수진은 가장 약했다. 퀄리티 스타트도 48회로 8개 팀 중 가장 적었고, 선발승은 36승에 그쳤다. 올해 LG의 퀄리티 스타트는 4일 현재 21회다. 가장 많은 삼성과 NC보다 5차례가 적다. 그러나 지난주 LG는 6경기 가운데 5차례나 퀄리티 스타트를 신고했다. 리즈는 벌써 7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고, 주키치(5회) 신정락 우규민(이상 4회)도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두 자릿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4명의 선발투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 이형종 정찬헌은 여름을 준비한다!

신정락과 우규민은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는 잘해주고 있지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LG는 이들이 여름에 흔들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정찬헌과 이형종을 준비시키고 있다. 2008년 입단 동기인 이형종과 정찬헌은 현재 3군에서 훈련 중이다. 팔꿈치수술과 군복무를 한 정찬헌과 지난해 11월 재활군에 합류한 이형종은 시속 150km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다.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는 큰 관심사다.


● 봉중근 버틴 LG, 불펜 방어율 1위

봉중근은 2008년부터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LG의 에이스였다. 지난해부터 그는 마무리로 뛴다. LG는 최고의 선발투수 대신 최고의 마무리투수를 얻었다. 지난해 봉중근은 26세이브를 수확했다. 블론세이브는 단 한 차례였다. 올해는 완벽하다. 12세이브를 올렸고, 블론세이브는 한 차례도 없다. 방어율 0.49로 마무리투수 중 가장 낮다. 봉중근이 버티고 있는 LG 불펜은 4일 현재 방어율 2.98로 리그 1위다. 블론세이브도 2차례뿐으로 가장 적다. 봉중근 이동현 정현욱의 활약이 돋보였다. 2군에 있는 유원상이 합류하면 여름에 더욱 강한 불펜이 된다.


● 최소 볼넷 2위 LG

투수가 볼넷을 많이 내준다는 것은 불안하다는 의미다. 기량 면으로도, 멘탈 면으로도 약하다는 의미다. LG는 볼넷을 많이 내주는 팀이었다. 2007년부터 4년 연속 최다 볼넷 2위였다. 공격적이지 못하고 도망가는 피칭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LG의 볼넷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421개로 최소 2위가 됐고, 올해도 157개로 삼성(135개) 다음으로 적다. 공격적 성향으로 투수들이 바뀌었다. 볼넷이 감소하니 자연스레 이닝당 투구수도 줄었다. 마운드가 강해졌다는 증거다.


● LG, 10년만의 3점대 방어율

LG가 3점대 방어율 기록한 것은 2003년 3.98이 마지막이다. 최근 9년간 4점대 이상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당연히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올해는 10년 만에 3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 4일 현재 3.70으로 삼성에 이어 2위다. 피안타율 0.256은 공동 3위다. 올해 LG 마운드의 모든 지표는 정상권이다. 최근 컨디션과 분위기를 보면 3점대 방어율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다. 최근 10년 동안 팀 방어율 1·2위 가운데 95%인 19팀이 4강에 올랐다. 방어율 2위를 하고도 4강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팀은 공교롭게도 2003년 LG였다. 여름 승부가 시작됐다. LG에게 많은 실패를 안겨줬던 가장 힘든 승부다. 여름을 이겨내고 LG가 11년 만에 가을잔치에 나갈지 주목된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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