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수는 “부모님께서 내 연기에 대한 호평 기사를 보고 좋아하셨는데 그 모습을 본 제가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얼떨떨했죠. 원래 무대 미술 전공이에요. 과제 때문에 친구들과 공연을 한 적은 있어요. 오디션 때도 절박하지는 않았어요. ‘연기자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마이 라띠마'가 되고 나서 누군가 나를 연기자의 길로 인도해주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내 몸이 캔버스가 돼 연기를 표현하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마이 라띠마'에서 박지수는 태국에서 온 이민노동자를 맡았다. 태국어와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실제 '태국인'으로 착각하게 할 만큼 열연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있었던 시사회에서 박지수가 한국어로 인사하자 관객들은 '한국 사람이었어?'라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다.
"태국 친구의 도움이 컸죠. 그 친구를 완벽하게 따라하려고 했어요. 자칫 잘못하면 외국인 말투가 웃기게 들려서 비하하는 것처럼 들릴까봐 조심했죠. 게다가 요즘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어를 잘 하잖아요. 한 달 동안 참 열심히 연습했어요."

박지수는 “부모님께서 내 연기에 대한 호평 기사를 보고 좋아하셨는데 그 모습을 본 제가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마이 라띠마'에서 집안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한국으로 와 원하지 않은 결혼, 그를 반겨주지 않은 가족 등 참담한 현실에 부딪히는 반면, 강인한 여성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지수는 책과 영상 등으로 그들의 실상을 접하며 공감하고자 했다.
"‘내가 마이 라띠마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도 해보고요. 내 안에서 '네가 이런 심정이었구나'라고 말도 걸어보고요. 또 마지막에는 스스로 잘 사는 마이 라띠마'를 상상했어요. 제가 물론 이주노동자는 아니어서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박지수의 첫 영화 '마이 라띠마'는 배우 출신 감독 유지태의 첫 장편영화이기도 하다. 언론시사회 때 배수빈이나 소유진이 "감독이 화 한번 낸 적이 없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영화 촬영이라는 것을 처음 해 본 박지수 또한 "굉장히 친절하신데 엉뚱하셨다"고 말했다.
"정말 친절하셨어요. 광고에서 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있잖아요? 그 목소리로 디렉션을 하세요. 또 꼼꼼하세요. 지킬 건 다 지키시면서 하시는 감독이에요. 진지함이요? 음…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는데 좀 엉뚱하신 면도 있고요.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소년 같은 분이세요."
유지태 감독은 박지수가 연기할 때 더 특별히 신경을 썼다. 유지태가 처음 박지수를 만났을 때 "배우의 이미지가 중요한데 박지수가 그런 이미지를 갖췄다. 연기 등은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또한 노출 장면이나 배수빈이 겁탈을 하는 장면(편집된 장면)에서는 수위를 넘지 않은 선을 지키며 촬영을 할 것이라 약속하며 박지수를 안심시켰다.

박지수는 “부모님께서 내 연기에 대한 호평 기사를 보고 좋아하셨는데 그 모습을 본 제가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원래 떨지 않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선배들과 감독님께서 걱정하지 말라며 편안하게 찍을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저는 감독님과 선배들만 믿고 따라갔을 뿐이에요."
같은 학교 후배인 김고은이 영화 '은교'에서 지난해 신인상을 휩쓸었고 '마이 라띠마'가 선을 보였을 때 박지수는 '제2의 김고은'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런 평가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김)고은이는 3살 어린 후배예요. 고은이는 늘 챙겨주고 싶은 동생이었어요. 그런데 '은교'로 발탁됐다는 소식을 듣고 응원을 많이 했어요. '은교'랑 '마이 라띠마'랑 촬영 시기는 비슷한데 개봉 시기가 달라서 고은이와 비교는 되지 않을 것 같아요. 20대 여배우가 나오는 것은 축하 받을 만한 일인 것 같아요. 우리 모두 잘 해서 좋은 연기자 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박지수는 하고 싶은 연기가 많다. 미술과 음악 등으로 접목할 수 있는 영화도 좋고 액션도 환영한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가치 있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이 라띠마'는 '이주노동자'의 삶의 단면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해요. 제 연기를 통해 가치 있는 일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또 다양한 모습을 보여서 여배우 기근이라는 한국 영화계에 한줄기 희망이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