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 라띠마’ 박지수 “한국 영화계에 한줄기 희망이고 싶어”

입력 2013-06-12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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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는 “부모님께서 내 연기에 대한 호평 기사를 보고 좋아하셨는데 그 모습을 본 제가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여배우 기근 시대라 불리는 요즘, 걸출한 신인 여배우가 등장했다. 배우 박지수(25)다.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하게 영화 '마이 라띠마'(감독 유지태)의 여주인공을 따낸 박지수는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다. 게다가 연기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하지만 유지태 감독은 박지수의 매력에 반해 스크린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얼떨떨했죠. 원래 무대 미술 전공이에요. 과제 때문에 친구들과 공연을 한 적은 있어요. 오디션 때도 절박하지는 않았어요. ‘연기자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마이 라띠마'가 되고 나서 누군가 나를 연기자의 길로 인도해주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내 몸이 캔버스가 돼 연기를 표현하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마이 라띠마'에서 박지수는 태국에서 온 이민노동자를 맡았다. 태국어와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실제 '태국인'으로 착각하게 할 만큼 열연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있었던 시사회에서 박지수가 한국어로 인사하자 관객들은 '한국 사람이었어?'라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다.

"태국 친구의 도움이 컸죠. 그 친구를 완벽하게 따라하려고 했어요. 자칫 잘못하면 외국인 말투가 웃기게 들려서 비하하는 것처럼 들릴까봐 조심했죠. 게다가 요즘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어를 잘 하잖아요. 한 달 동안 참 열심히 연습했어요."

박지수는 “부모님께서 내 연기에 대한 호평 기사를 보고 좋아하셨는데 그 모습을 본 제가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마이 라띠마'에서 집안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한국으로 와 원하지 않은 결혼, 그를 반겨주지 않은 가족 등 참담한 현실에 부딪히는 반면, 강인한 여성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지수는 책과 영상 등으로 그들의 실상을 접하며 공감하고자 했다.

"‘내가 마이 라띠마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도 해보고요. 내 안에서 '네가 이런 심정이었구나'라고 말도 걸어보고요. 또 마지막에는 스스로 잘 사는 마이 라띠마'를 상상했어요. 제가 물론 이주노동자는 아니어서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박지수의 첫 영화 '마이 라띠마'는 배우 출신 감독 유지태의 첫 장편영화이기도 하다. 언론시사회 때 배수빈이나 소유진이 "감독이 화 한번 낸 적이 없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영화 촬영이라는 것을 처음 해 본 박지수 또한 "굉장히 친절하신데 엉뚱하셨다"고 말했다.

"정말 친절하셨어요. 광고에서 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있잖아요? 그 목소리로 디렉션을 하세요. 또 꼼꼼하세요. 지킬 건 다 지키시면서 하시는 감독이에요. 진지함이요? 음…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는데 좀 엉뚱하신 면도 있고요.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소년 같은 분이세요."

유지태 감독은 박지수가 연기할 때 더 특별히 신경을 썼다. 유지태가 처음 박지수를 만났을 때 "배우의 이미지가 중요한데 박지수가 그런 이미지를 갖췄다. 연기 등은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또한 노출 장면이나 배수빈이 겁탈을 하는 장면(편집된 장면)에서는 수위를 넘지 않은 선을 지키며 촬영을 할 것이라 약속하며 박지수를 안심시켰다.

박지수는 “부모님께서 내 연기에 대한 호평 기사를 보고 좋아하셨는데 그 모습을 본 제가 더 좋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원래 떨지 않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선배들과 감독님께서 걱정하지 말라며 편안하게 찍을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저는 감독님과 선배들만 믿고 따라갔을 뿐이에요."

같은 학교 후배인 김고은이 영화 '은교'에서 지난해 신인상을 휩쓸었고 '마이 라띠마'가 선을 보였을 때 박지수는 '제2의 김고은'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런 평가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김)고은이는 3살 어린 후배예요. 고은이는 늘 챙겨주고 싶은 동생이었어요. 그런데 '은교'로 발탁됐다는 소식을 듣고 응원을 많이 했어요. '은교'랑 '마이 라띠마'랑 촬영 시기는 비슷한데 개봉 시기가 달라서 고은이와 비교는 되지 않을 것 같아요. 20대 여배우가 나오는 것은 축하 받을 만한 일인 것 같아요. 우리 모두 잘 해서 좋은 연기자 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박지수는 하고 싶은 연기가 많다. 미술과 음악 등으로 접목할 수 있는 영화도 좋고 액션도 환영한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가치 있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이 라띠마'는 '이주노동자'의 삶의 단면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해요. 제 연기를 통해 가치 있는 일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또 다양한 모습을 보여서 여배우 기근이라는 한국 영화계에 한줄기 희망이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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