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기자의 이슈&포커스] 축구협 플랜A는 ‘카리스마’ 홍명보

입력 2013-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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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포스트 최강희’가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작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홍명보 전 올림픽팀 감독이 1순위 후보로 꼽힌다. 스포츠동아DB

한국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포스트 최강희’가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작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홍명보 전 올림픽팀 감독이 1순위 후보로 꼽힌다. 스포츠동아DB

■ 대표팀 차기 사령탑은?

1년 전 런던의 영웅 홍명보를 1년 후 브라질에서 볼 수 있을까. 한국은 내년 브라질월드컵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은 18일 이란과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대패하지 않는 한 본선에 간다. 관심은 ‘포스트 최강희’다. 최강희 감독은 최종예선이 끝나면 전북현대로 돌아간다. 축구협회는 브라질월드컵을 지휘할 사령탑을 당장 뽑아야 한다.


최강희감독 전북 복귀 협회도 기정사실화

홍 감독, 런던올림픽때 銅지도력 입증
대표팀 주축 멤버들과 올림픽 인연 장점
제의 거절땐 귀네슈감독 등 플랜B 가동


요즘 협회 관계자들은 차기 감독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닫는다. 허정무 부회장은 “이란전이 아직 남았다. 최 감독이 유임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기헌 전무도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대표팀 감독 관련 질문은) 노코멘트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협회도 최 감독의 전북 복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 감독은 얼마 전 협회 고위 관계자에게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전달했다. 협회는 과거 대표팀 감독을 뽑는 과정에서 어설픈 일 처리와 늑장 행정으로 늘 집중포화를 맞았다. 현 집행부는 과오를 절대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물밑에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해 왔다. 최종예선이 진행 중이라 드러내놓고 말을 못할 뿐이다. 18일 이란과 경기직후 곧바로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진척이 된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44)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유력해 보인다. 작년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지도력은 검증됐다. 작년 런던에서 홍명보호를 동행 취재하며 홍 감독의 리더십에 여러 번 소름이 돋았다. “홍 감독님은 최고다”는 선수들의 코멘트는 기사를 의식한 발언이 아닌 진심이었다.

국회의원 안철수는 “리더십은 리더가 스스로 주장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따라갈 만하다고 판단하면 따르는 팔로워디(follow-worthy)다. 따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리더로 인정하고 그런 사람에게 대중이 선물로 주는 게 리더십이라고 생각 한다”고 했다. 홍명보호를 보며 팔로워디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다. 팀이 하나로 뭉쳤을 때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몸소 느꼈다.

홍 감독이 맡을 명분도 충분하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주축으로 활약할 박주영, 기성용, 구자철, 지동원, 김보경 등과 막역하다. 또한 최근 대표팀 내에 해외파와 국내파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를 한 번에 휘어잡을 수 있는 인물이 홍 감독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어떤 축구인은 “홍 감독은 목표를 함께 이뤄가는 과정을 중시한다. 최종예선 없이 본선부터 팀을 이끄는 것은 홍 감독 생리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협회가 홍 감독에게 사령탑을 제의해도 거절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반면, 홍명보와 가까운 또 다른 축구인은 “한국축구가 위기다. 홍 감독은 굉장히 사명감이 강하다. 이번 위기를 넘길 사람이 자신 밖에 없다는 판단이 서면 수락할 것이다”고 정반대 의견을 냈다.

협회는 당장 내년 브라질만 봐서는 안 된다. 홍 감독에게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맡기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협회는 장기계약으로 A대표팀 감독 신분을 보장해 준 적이 없다. 홍 감독은 그 첫 사례가 되기에 손색없다. 홍 감독은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 8강,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에 이어 작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땄다. 대표팀이 장기비전을 갖고 운영될 경우 얼마든지 결실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줬다.

협회는 홍 감독이 끝까지 고사할 경우를 대비해 외국인 감독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2002한일월드컵 때 터키를 3위로 이끌고 2007년부터 3년 간 FC서울을 지휘한 귀네슈(61)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 협회 고위관계자와 기술위원이 참여한 극비 모임에서 귀네슈 이름이 오르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B플랜이다. 1순위는 홍 감독이다.

홍 감독은 올 초 러시아로 떠나 안지 구단의 히딩크 감독 아래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지난 달 말 시즌이 끝난 뒤 곧바로 미국으로 가서 가족들과 휴가를 보냈다. 홍 감독은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다. 다음 달 20일 동아시안컵부터 A대표팀을 지휘하는 홍 감독을 볼 수 있을까.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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