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가 폭탄을 맞았다. 갑작스런 우리카드 인수포기 움직임에 따른 것이다.
21일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실은 급박하게 움직였다. 신원호 사무총장과 윤경식 사무국장은 구자준 총재에게 이 문제를 보고하고 지침을 받았다. 우리카드와 관련해 방송사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했다. KOVO는 그동안 물밑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이 문제를 공론화 했다.
KOVO는 21일 우리카드에 2차 공문을 보냈다. 우리카드 대표이사와 배구단 단장에게 보낸 공문은 배구단 인수와 관련한 것과 7월20일 시작되는 KOVO컵 타이틀스폰서 참여 여부에 대해 확답을 달라는 것이다. 26일 낮 12시까지로 마감시한도 정했다. 이 사실을 매스컴에도 알렸다. 공문을 PDF파일로 첨부해서 보여줬다. 보통 관련 단체끼리 오가는 공문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만큼 KOVO는 확실하게 일처리를 했다.
KOVO가 이렇게 우리카드를 압박하고 나선 이유가 있다.
6월30일이 2013~2014시즌 선수등록 마감일이다. 어떤 식으로건 결정을 내야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 드림식스 선수들을 우리카드로 선수등록을 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한다.
아직 우리카드는 선수들의 연봉협상에 대해 답을 주지 않았다. 7월31일까지 구단을 위탁 운영하는 KOVO와 상의하겠다는 약속만 했다. 드림식스 선수들과 연봉협상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KOVO 단독으로 연봉협상을 마무리 할 수도 있지만 약속위반이라고 들고 나올 경우를 대비했다. 26일까지 기다린 뒤 선수들의 연봉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생각이다.
KOVO컵 타이틀스폰서 결정도 미룰 수 없다. 홍보 인쇄물을 포함한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당초 KOVO컵 타이틀스폰서는 우리금융지주가 3월7일 드림식스를 인수하면서 약속했던 배구발전기금 항목에 들어 있지만 아직 답을 주지 않았다. 당시 우리금융지주는 배구단 인수금액과 배구발전기금 서울연고권 등으로 45억원~55억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카드는 20억원을 냈다. KOVO는 배구발전 기금을 미납했다고 본다.
이밖에도 배구단 인수포기와 관련해 처리해야 할 일과 궁금한 것이 있다. 이를 정리했다.
● 잘못 된 결혼을 앞둔 파혼인가 혼인빙자 간음인가
우리금융지주 이순우 회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배구단 인수를 잘못된 결혼에 비유했다. 서로의 인연이 닿지 않은 상황이라면 약혼 때 깨는 것이 더 좋다는 논리였다. 이 발언을 놓고 배구 팬은 들끓었다. 가장 눈에 띄는 댓글은 “이번 사태가 파혼이 아니라 혼인방자 간음”이라는 것이었다. 파혼은 당사자들의 감정에 상처를 남기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혼인빙자간음은 법적인 책임이 따른다. 누구의 책임인지를 가리는 키워드다.
● 우리금융지주가 배구단을 계속 운영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우리카드는 회장의 배구단 인수 재검토 지시 이후 여러 방법을 찾았다.
KOVO와 문제해결을 상의하면서 다른 루트로 배구단 인수를 타진했다.
당사자는 러시앤캐시였다. 드림식스의 네이밍스폰서를 했던 러시앤캐시로서는 마다할 리 없는 제안이지만 이미 신생팀을 창단해 KOVO의 회원사가 됐기에 규약이 걸림돌이다.
KOVO 규약 제9조(구단 및 구단주의 변경 사항)에 따르면 “구단 양도 양수와 관련해서는 공식경기 3개월 전에 신청을 해야 하며 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회원사끼리의 양도양수는 금지 사항이다.
우리카드가 할 수 있는 방안은 우리금융지주 내의 다른 회사에 넘겨주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민영화와 조직의 슬림화를 내세우며 각자도생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1년에 60~70억원이 들어가는 배구단을 누가 인수한다고 할지 궁금하다. KOVO는 우리카드 쪽에서 회장을 설득해 배구단을 인수하고 계속 운영하는 것을 가장 좋은 방안으로 보고 있다. 물론 배구단 운영에 수백억원이 드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회장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사표를 제출한 정현진 사장을 믿고 있다.
● 인수포기가 결정됐을 때 벌어지는 일들은
우선 KOVO는 법대로 움직일 것이다.
당초 우리카드가 내기로 했던 40억원의 1.5배인 60억원의 위약금을 받아내면 된다. 이미 20억원은 받았기에 40억원만 추가로 받으면 된다. 우리카드는 위약금의 감면을 원하겠지만 인수포기와 관련된 첫 번째 사례다. 선례를 남길 수 있기에 원칙대로 갈 것이다.
드림식스 선수 14명의 처리를 놓고 이사회에서 최종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한 시즌 동안 KOVO의 관리구단 체제로 간 뒤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방안 ▲전 구단을 상대로 드래프트를 해서 선수를 나눠주는 방안 ▲러시앤캐시에 모두 넘겨주는 방안이 있다.
이미 드림식스는 관리구단 체제를 경험했기에 KOVO는 첫 번째 방안을 원하지 않는다.
러시앤캐시는 3월7일의 인수 자체가 무효였음을 주장하며 모든 선수를 다 가져가기를 원하지만 사무국장 모임에서 특별 드래프트를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6월14일 러시앤캐시가 확대드래프트 마감 시간인 낮 12시를 넘기며 버티다 기존 구단으로부터 6명의 선수를 데려 갔기에 세 번째 방안도 어려워졌다. 결국 14명의 선수를 나누는 특별 드래프트 방안만 남는다. 러시앤캐시도 이번 사태의 피해자라는 논리를 앞세워 타 구단보다 더 많은 선수를 가져가는 선에서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방법은 관련 구단의 협상능력과 친화력에 달려 있다.
강만수 감독과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처리문제도 있다. 강 감독은 우리카드와 2년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기자회견도 했다. 당시 협상의 주체는 KOVO였지만 7월31일까지 2달간 연봉을 지급하고 그 이후는 우리카드가 하는 것으로 했다.
강 감독이 우리카드와 정식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은 우리카드에 있다. 코치들은 미묘한 상황이다. 책임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최악의 경우 소송을 해야 한다. 프런트로 발령을 받은 2명은 우리카드가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