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스포츠동아DB
득점권 피안타율 0.203 현저히 낮아
클리프 리 등 에이스 상대로 배짱투
벌써 100이닝 돌파 ‘이닝이터’ 진가
LA 다저스 류현진(26)의 메이저리그 도전기가 빛나는 이유는 클리프 리(필라델피아),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이언 케네디(애리조나) 등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와의 맞대결에서 호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리그에서 7년을 뛰었다고 하지만 빅리그에서는 루키. 그러나 ‘한국산 몬스터’는 빼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하며 위력을 뽐내고 있다.
● 병살기계 NL 병살유도 1위
한국에서 류현진은 위기 때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의 공을 상대해본 타자들은 하나 같이 “주자만 나가면 같은 구종인데 다른 공이 들어온다”고 혀를 내둘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나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만루 위기에서 9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 중이다. 또한 병살타 유도가 15개나 된다.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병살타 유도 부문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13일 애리조나전에서는 무려 11안타(2볼넷)를 맞았지만 병살타를 4차례 유도하며 3실점에 그쳤다. 30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와의 경기에서도 7안타·3볼넷을 허용했지만 실점은 체이스 어틀리에게 솔로홈런 2방을 맞으면서 내준 2점이 전부였다. 6회 선두타자 델몬 영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곧바로 다음타자 메이베리를 상대로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병살타로 만들어 위기를 지워버렸다. 류현진은 올 시즌 득점권 피안타율은 0.203에 불과하다. 시즌 피안타율(0.245)보다 훨씬 낮다. 그는 “위기 때는 공을 최대한 낮게 던지려고 집중한다”고 비결을 밝혔다.
● 에이스 킬러? 클리프 리와도 필적
숫자로 볼 수 없는 가치는 더 높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필라델피아전이 끝나고 “류현진이 클리프 리와 필적했다”고 평가했다. 클리프 리는 2008년 사이영상(22승3패·방어율 2.54)을 수상한 투수이자 류현진이 미국 진출 전부터 우상으로 꼽은 메이저리그 대표 좌완투수다. 올 시즌도 이날 전까지 9승2패·방어율 2.51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맞대결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고, 비록 승패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7이닝 2실점하며 리(7이닝 3실점)와 팽팽히 맞섰다. 이뿐 아니라 6월 들어서만 폴 마홀름(애틀랜타),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에다 당시 무패 행진 중이던 패트릭 코빈(애리조나)까지 각 팀 에이스와의 격돌에서 연일 호투하고 있다. 비록 6월에 5번의 등판에서 잘 던지고도 1승도 추가하지 못해 시즌 6승4패에 머물고 있지만, 저력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또 16번의 등판 만에 메이저리그 100이닝(105이닝)을 돌파하며 이닝이터로서 능력을 십분 발휘중이다. 불운의 연속으로 승수 행보가 다소 더딜 뿐 한국에서 ‘괴물’은 미국에서도 ‘괴물’이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