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아이돌 그룹 ‘신화’ 멤버 이민우(왼쪽)가 6월 30일 경기 후 LA 다저스 류현진의 공식 인터뷰장을 찾아 응원해주고 있다. 다저스타디움|손건영 통신원
경기 전부터 다저스 덕아웃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올 시즌 처음 6연승을 달리다 전날 경기에서 무려 21안타를 허용하며 1-16으로 필라델피아에게 처참한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4연전 첫날에는 잭 그레인키가 시즌 5번째 승리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7회까지 홈런 2방을 포함해 11안타를 내주며 4점을 빼앗겼을 정도로 필리스 타선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연일 이어진 데다 최근 11일 동안 12경기를 연속으로 치러 다저스 선수들의 체력은 고갈된 상태였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올 시즌 16번째 선발로 출전한 류현진은 7회까지 단 2실점으로 필리스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으며 ‘이닝 이터’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비록 9회초 마지막 수비에서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와 중견수 매트 켐프의 실책이 연달아 나오며 시즌 7승 달성에 실패했지만 류현진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9회말 단짝 AJ 엘리스의 끝내기안타로 다저스가 4-3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날 승리로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애리조나와의 격차를 5경기차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비록 체이스 어틀리에게 홈런 2방을 허용했지만 전체적으로 투구 내용에 만족한다”며 “6월에 들어 5번 등판해 1승도 따내지 못했는데 그래도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오늘처럼 좋은 경기 내용을 이어가다 보면 언제든지 연승 행진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에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류현진의 말에는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닌 진심이 담겨 있었다. 최근 8경기에서 7승을 거둔 돈 매팅리 감독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 중 하나인 리와의 대결에서 류현진이 전혀 주눅들지 않고 7이닝을 잘 막아줘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를 하다 보면 유독 내 공을 잘 치는 선수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여러 선수에게 맞는 것보다는 한 명에게 집중적으로 맞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류현진을 보면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다저스타디움|손건영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