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싸움의 끝은 김연경 선택에 달렸다

입력 2013-07-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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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과 흥국생명의 싸움이 또 본격화 됐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선수등록 마감일(1일)에 흥국생명은 보도자료를 냈다. 임의탈퇴 신청 소식을 알렸다. 벌써 2번째다. 국제배구연맹(FIVB)으로부터 ‘김연경은 흥국생명’이라는 최종결정을 받은 흥국생명으로선 당연한 수순이다. 흥국생명과 이미 정을 떼버린 김연경에게 이 조치는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 어차피 당분간 국내무대에서 활동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FIVB가 정한 해외이적 허용기간(9월 이후)까지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볼 것이다. 지난해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라졌다. 국제대회가 없다. 지난해에는 런던올림픽이 있었다. 김연경은 대표팀의 중요한 존재였기에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배구협회가 나서 중재안을 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FIVB 결정을 놓고 김연경 측은 잘못된 것이라고 믿지만 전 세계 배구를 하는 국가의 단체는 모두 따른다. FIVB 결정을 뒤바꾸기 위해서 택할 방법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배구를 할 수 없다. 그 기간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결국 어느 순간 결정을 내려야 한다. KOVO의 해외 이적과 관련된 제도의 희생양으로 남거나 아니면 흥국생명 소속 선수임을 인정하고 해외에 나가는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간단하다. 세상 어느 스포츠 조직이나 팀도 은퇴하는 선수를 막지는 못한다. 은퇴는 선수가 가진 최후의 권리다. 하지만 전성기의 선수가 스스로 은퇴한다고 마음먹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게 어려우면 다른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흥국생명은 사과를 원한다. 소속 선수라는 것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면 해외에 내보내주겠다고 한다. 이 방법도 문제는 있다. 스타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그 선수의 자존심을 생각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다. 대중은 스타가 잘못했다고 고개 숙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개사과는 선수에게 심리적으로 큰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 만일 흥국생명이 진정으로 소속 선수라고 생각한다면 공개사과는 협상을 위한 엄포 정도로 그쳐야 한다.

양 측이 진짜로 문제해결을 원한다면 다른 방법도 많다. 양 측이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만나 서로의 얘기를 들으면 나올 것이다. 이때 제3자는 필요 없다. 지금 사태는 당사자끼리 끝낼 부부싸움을 주위에서 끼어들어 이혼 직전까지 가게 만든 상황 같다.

김연경을 아끼는 팬들 모임의 뜻은 이해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대화상대를 비난하고 망신을 주면 누가 마음을 열 것인가. 흥국생명 내의 온건파 혹은 실무자에게 협상 카드를 줘야 길이 있다. 서로 강공으로 내달으면 결국은 파국이다.

게다가 흥국생명과 김연경 에이전트는 소송으로 얽혀 있다. 이 문제를 함께 처리하면 더 복잡해진다. 정치권에서 김연경을 해외에 내보내라고 압력을 넣는 행동도 잘못됐다. 정치는 여의도에서 하는 게 옳다. 신성한 스포츠에 정치가 끼어들면 순수성이 의심받는다.

결국 키는 김연경이 가졌다.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말고 용감하게 나서 만나고 의견을 밝혀라. 녹음기도 필요 없다. 요구가 명확해야 대답도 정확하게 빨리 나온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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