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스피드의 시대…제구가 살아남다

입력 2013-07-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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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윤성환-두산 유희관(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올 시즌 마운드 ‘컨트롤 투수’ 강세

윤성환 시즌 6승 에이스 역할 톡톡
‘느림의 미학’ 유희관 방어율 2.60
김병현도 제구력에 집중하자 위력

손혁 위원 “美선 제구 좋아야 ML행”
“부진땐 이유불문 느린공 탓” 애환도


야구에선 국적을 불문하고 강속구 투수들이 각광 받는다. 스카우트들의 손에는 늘 스피드건이 쥐여져 있다. 강속구 투수들에 대한 선호도는 갈수록 높아질 뿐이다. 이른바 ‘스피드 시대’다. 그러나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에선 제구력을 경쟁무기로 삼은 ‘컨트롤 아티스트’들이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다.


● 강속구, 스트라이크 못 던지면 ‘무용지물’

삼성 윤성환과 두산 유희관은 대표적인 컨트롤 투수다. 윤성환은 올 시즌 6승3패, 방어율 3.21로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군 제대 후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유희관은 타선지원 부족, 불펜 난조로 4승(1패)에 그쳤지만 방어율은 2.60을 기록 중이다. 이들뿐이 아니다. 넥센 김병현은 스피드를 낮추는 대신 코너워크과 제구에 집중하면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외국인투수 중에서도 파이어볼러가 아닌 컨트롤 투수 세든(SK)과 옥스프링(롯데)이 빛을 발하고 있다.

윤성환은 7일 “빠른 볼이 없다고 타자들을 못 이겨내는 건 아니다. 타자들이 잘 치지 못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방법도 있다. 신인 때 지도해주신 선동열(KIA) 감독님도 늘 제구력이 첫 번째라고 강조하셨다”고 밝혔다. 선수시절 컨트롤에 치중했던 손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미국 마이너리그를 가보면 160km를 던지는 선수들이 수두룩하지만, 이것을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선수는 드물다. 결국 그중에 메이저리그 올라가는 선수는 공이 덜 빨라도 제구가 되는 투수다”고 말했다.


● 강속구 없는 자들의 애환

유희관은 선발 전환 이후 꾸준히 안정적 투구를 과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볼이 느려 상대에 분석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유희관에게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강속구가 없는 컨트롤 투수들이 공통적으로 짊어지는 편견이다.

그러나 유희관에 대한 선수들의 평가는 달랐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단순히 많이 상대하는 것만으로 맞을 공은 아니다. 요구한 코스로 공을 정확하게 던진다. 투구 패턴만 바꿔도 상대 타자들이 현혹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6일 유희관을 상대한 삼성의 한 선수는 “노경은의 순서(6일)에 유희관이 올라온다고 들었을 때,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유희관의 볼이 더 까다로운 것 같다”고 귀띔했다. 유희관은 6일 7.1이닝 6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손혁 해설위원은 “컨디션 난조로 부진한 경기에서도 강속구가 없는 투수들은 ‘공이 느려서 맞는다’는 말을 듣는다. 미국에 가보니 류현진(LA 다저스)도 그랬다. 많은 안타를 맞으면 온통 ‘공이 느리다’는 평가다. 강속구는 재능이지만, 제구력은 노력을 통해 얻는 것이다. 강속구가 없다는 이유로 그 노력이 폄하되는 것은 컨트롤 투수들의 애환이다. 스카우트들은 강속구 투수를 찾지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컨트롤이 되는 투수다. 윤성환, 유희관의 활약과 맞물려 컨트롤 투수의 가치가 높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잠실|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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