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영빈 “김태희, 책임감 강한 사람…장옥정 위한 ‘동생바보’ 되려 했다”

입력 2013-07-11 20: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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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번의 무대와 수만명의 관객 앞에 서봤지만 카메라 앞은 어려웠다. 클로즈업 촬영과 편집에 익숙하지 않아 마음 고생도 했고 행여 스태프들이 고생할까봐 한 번 더 찍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못 꺼냈다. 데뷔 15년이 된 뮤지컬 배우 고영빈의 드라마 도전기다. 고영빈은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장옥정(김태희)의 오빠인 장희재 역으로 드라마에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초반 시청률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금씩 시청률이 올라가며 시청자들은 장희재에게도 눈을 돌렸다. 고영빈이 표현한 장희재는 역대 장희재와는 느낌이 다르다. 기존 포악했던 장희재와는 달리 집안과 동생 장옥정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장희재'로 분했다. 동생이라면 생명도 기꺼이 내놓을 장희재에게 시청자들은 '장희재에게 동정심이 생긴 건 처음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워낙 유명한 캐릭터잖아요. 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난폭한 장희재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동생을 원없이 위해주는 오빠이고 싶었어요. 동생을 위해서 목숨도 바칠 수 있는 '동생 바보'를 표현하고 싶었죠. (웃음)"

고영빈은 극 속에서만 장옥정을 챙긴 것은 아니다. 김태희와 마주치는 장면은 얼마 없었지만 틈틈히 연기고민을 하던 김태희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밤샘촬영을 하며 피로해하는 김태희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정말 아름다웠어요. '인형이 말을 한다'는 의미를 알겠더라고요. 첫 신이 장옥정과 어머니를 안아주는 장면이었는데 손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매너손'을 해야 할 것 같고….(웃음) 김태희는 주연답게 책임감도 강했어요. 같이 촬영하는 날 어디 있는지 찾아봤는데 중궁전 상 밑에서 쪽잠을 자고 있더라고요. 참 안쓰러웠어요."


촬영 후에 김태희와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지, 친해졌는지 물어보자 고영빈은 "그러지 못했다. 부딪히는 장면이 많이 없었다. 친해졌어야 했는데…"라며 무릎을 치고 아쉬워했다.

그동안 고영빈은 몇 편의 드라마에 참여했지만 미니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족한 경험 탓에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 있긴 했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다. 무대에 익숙했던 그는 카메라 앵글 밖으로 벗어나기도 했고 풀샷을 찍을 때 무대처럼 혼신의 연기를 다하다가 정작 원샷을 찍어야 할 때는 그러지 못하기도 했다. 달달 외웠던 대사가 오히려 독이 되어 수없이 NG를 내기도 했다.

"무대는 어떤 모습으로 서야 관객에게 연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 지 잘 아는데 방송은 잘 몰랐잖아요. 아쉬운 점도 크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앞으로 현장에 익숙해지면서 차근차근 배워나가야죠."

드라마를 찍으며 고영빈이 가장 아쉬워 했던 점은 피부였다. 그는 "TV 드라마는 확실히 외모를 무시할 수 없더라. 시청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 관리 좀 받을 생각이다"라며 웃었다.

앞으로 고영빈은 뮤지컬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등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바람을 밝혔다. 올 하반기에는 공연과 드라마를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함으로 다가갈 계획이다.

"우선 체력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지인들이나 팬들께서 힘들어 보인다고 하네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영화나 책을 보면서 연기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어요. 무대에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이려면 상상력이 필요하거든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뵙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맥소울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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