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10일 광주FC와 FA컵 16강 홈경기에서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둔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은 연장전반 1분 만에 선제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지만 연장후반 8분 한태유의 동점골에 이어 종료직전 윤일록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몰리나가 성공시켜 경기를 뒤집었다. 서울극장이 또 한 번 재현됐다. 서울은 올 시즌 홈에서 유독 짜릿한 역전승이 많아 서울극장이라는 단어가 회자된다.
서울 입장에서 너무나 중요한 승리였다.
서울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광주는 K리그 챌린지(2부 리그)다. 1부 리그의 자존심에 금이 갈 뻔했다. 또 서울은 FA컵 후 13일 곧바로 전남과 정규리그 원정경기를 치른다. 서울은 7일 성남과 정규리그 승리(3-0)에 이어 FA컵 16강전 역전승으로 상승 분위기를 탄 채 전남 원정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서울극장에서 얻은 또 하나의 수확은 골키퍼 유상훈(24)의 맹활약이었다. 동점골을 넣은 한태유, 교체 투입돼 공격의 물꼬를 튼 윤일록, 페널티킥 결승골의 주인공 몰리나 모두 잘 했지만 진짜 승리 주역은 유상훈이었다.
유상훈은 120분 혈투를 치르는 동안 광주의 결정적인 찬스를 3번이나 막아냈다. 후반 14분 일대일 위기에서 침착하게 루시오의 슛을 걷어냈다. 연장 들어 서울이 0-1로 뒤진 상황에서 유상훈이 빛났다. 서울은 만회골을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 수비가 헐거울 수밖에 없었다. 광주는 빠른 역습으로 득점을 노렸다. 광주는 두 차례나 득점과 다름없는 결정적인 찬스가 있었지만 모두 유상훈에게 막혔다. 유상훈의 선방이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만약 광주가 두 차례 찬스 중 하나만 성공했어도 서울의 역전은 불가능했다.
유상훈은 주전 김용대(34)의 서브 골키퍼다.
유상훈은 194cm에 84kg의 탄탄한 체격에 순발력과 판단력을 갖췄다. 김용대가 시즌 초반 잠시 슬럼프에 빠졌을 때 4월14일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에서 깜짝 선발 출전해 안정된 경기력을 보인 적도 있다. 그만큼 최용수 감독의 신뢰가 크다.
유상훈의 성장은 최 감독 입장에서 천군만마다.
서울은 현재 정규리그와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등 3개 타이틀에 모두 도전하고 있는 유일한 팀이다. 더운 날씨에 후반기로 갈수록 경기 일정도 빡빡해 주전들의 체력 안배는 필수다. 벤치 멤버들이 잘 해주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 감독은 노장 김용대가 지친 기색을 보일 경우 언제든 유상훈 투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