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깜짝투수’ 변신 슈마커 “내 투구 실력은…”

입력 2013-07-17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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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 슈마커(33·LA 다저스). 동아닷컴DB

스킵 슈마커(33·LA 다저스).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의 내야수 스킵 슈마커(33)가 필라델피아와의 홈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9회에 등판한 슈마커는 첫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후 볼넷-2루타-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다음 타자를 삼진 처리해 실점하지 않았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1-16으로 승패가 기울자 불펜의 소모를 막기 위해 슈마커를 등판시킨 것.

슈마커는 지난 4월 30일 콜로라도 전에서도 팀의 6번째 투수로 나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2011년 세인트루이스 시절에도 마운드에 오른 적이 있다.

다저스의 2루수와 외야수를 겸하고 있는 슈마커는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다. 하지만 이따금 투수로도 활약할 만큼 팀 전력에 유용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슈마커는 200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서 세인트루이스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고, 4년 후인 2005년 6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그 데뷔 후 줄곧 외야수로 활약했던 슈마커는 2009년 2월 세인트루이스의 2루수 애덤 케네디가(37) 방출되자 팀의 새로운 주전 2루수로 변신했다. 아마추어 시절 이미 유격수와 3루수로 뛴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후 슈마커는 지난해 12월 다저스로 트레이드 되기 전까지 세인트루이스의 2루수로 활약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주루능력이 좋은 그는 주로 1번 타자로 나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올해로 메이저리그 9년차인 그의 통산 타율은 0.286으로 올 시즌 타율(0.260)보다 높다.

슈마커는 또 2011년 내셔널리그디비전시리즈(NLDS) 5차전에서 팀의 1대0 승리를 이끄는 승리타점을 기록했고, 그 해 월드시리즈 우승이란 큰 기쁨도 맛볼 수 있었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이었다.

동아닷컴은 다저스 ‘깜짝 투수’로 활약중인 슈마커를 국내언론 최초로 최근 미국 현지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스킵 슈마커(33·LA 다저스). 동아닷컴DB

스킵 슈마커(33·LA 다저스). 동아닷컴DB


다음은 슈마커와의 일문일답.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시즌 초에 비하면 아픈 곳도 없고 좋은 편이다.”

-다저스가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성적이 좋아졌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부상 때문에 전력에서 이탈했던 주축선수들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헨리 라미레즈도 매 경기 출전하고 있고, 주축투수인 그레인키도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했다. 특히 푸이그가 팀에 합류하면서부터 공격력이 강화된 것은 물론 팀 동료들에게 새로운 동력을 전해주고 있다. 여기에 커쇼-그레인키-류현진으로 이어지는 건실한 선발진이 우리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본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주저 없이)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세인트루이스 시절에 2번이나 월드시리즈를 우승한 경험이 있다. 그 어느 것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그 느낌을 다시 한 번 더 경험하고 싶고 다저스에서 세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꼭 끼고 싶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야구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기회나 정당한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늘 최선을 다했고 지금까지는 나름 기대한 만큼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올 시즌 ‘깜짝 투수’로 활약했다. 향후 투수전향 가능성은?

“(웃으며)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운이 좋아서 무사히 등판을 마칠 수 있었을 뿐 투수를 하기에는 내 체격이 너무 작고 경쟁력도 전혀 없다. 하하.”

-그렇다면 더 이상 투수 슈마커는 볼 수 없단 말인가?

“(웃으며) 그러길 바란다.”

-인터뷰를 위해 사전조사를 해보니 스킵이 본명이 아니더라.

“그렇다. 내 본명은 Jared이고 스킵은 별명이다.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지어주신 별명인데 그때부터 본명처럼 굳어 버려 늘 스킵으로 불린다.”

-당신도 다른 선수들처럼 징크스가 있나?

“예전에는 경기 전 특정 음식을 먹는 등 나 또한 징크스가 많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부터 하나, 둘 없어지더라. 다만 경기 전 일정한 시간에 몸을 풀거나 배팅연습을 하는 것들은 아직도 유지한다. 참, 생각해보니 하나 더 있다. 매 경기 시작 15분 전에 에너지드링크를 꼭 마신다. 하하.”

-당신 삶에서 ‘이것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할 만큼 중요한 것 3가지만 꼽자면?

“(주저 없이) 와이프와 아이들을 포함한 우리 가족이 제일 먼저이고, 두 번째는 음……(잠시 생각하더니) 개인적으로 바다에서 하는 서핑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서핑보드 없이도 못살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음… (생각이 길어진다)
스킵 슈마커(33·LA 다저스). 동아닷컴DB

스킵 슈마커(33·LA 다저스). 동아닷컴DB


-신시내티의 2루수 브랜든 필립스는 미인 없이는 못살 것 같다고 하더라.

“하하. 정말인가? 나는 와이프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말 하면 안 된다. 아, 생각났다. 마지막은 내 트럭이다. 정말 좋아하는 차이기 때문에 그 트럭이 없어도 안될 것 같다.”

-아이들이 어린 걸로 안다. 몇 살인가?

“큰 애가 아들(5세)이고 작은 애는 딸인데 세 살이다.”

-아이들도 아버지가 유명한 야구선수인지 아나?

“애들이 아직 어려서 잘 모른 것 같다. 다만 원정경기 때문에 집을 자주 비우다 보니 가끔 집에 가면 애들이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 하하.”

-메이저리거가 꿈인 아이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과거 나보다 더 좋은 재능을 가진 동료들도 중간에 야구를 포기하는 것을 많이 봤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야구는 분명 자신이 노력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기회나 보상을 준다. 어린 선수들도 메이저리거가 꿈이라면 이 말을 기억하고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과 다저스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먼저, 한국에도 내 팬이 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고맙다. 나는 항상 가족과 팬들을 위해 야구를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팬들이 원하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를 응원해 주는 고마운 팬들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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