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할리우드에 놀랐다…대본연습 첫날인데 다 외워왔더라”

입력 2013-07-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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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 ‘괴물’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다시 만났다. 그는 “영화적 동반자”와 함께 ‘설국열차’를 만들었고, 세계로 눈을 넓혔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배우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 ‘괴물’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다시 만났다. 그는 “영화적 동반자”와 함께 ‘설국열차’를 만들었고, 세계로 눈을 넓혔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영화 ‘설국열차’ 남궁민수 역 송강호

체코서 ‘설국열차’ 찍는 동안 ‘절주’
책임감에 한달 딱 두번만 맥주 마셔

봉준호 감독은 개인·영화적 동반자
‘살인의 추억’으로 서로의 존재 알려

올해 연말까지 주연작 두 편 더 개봉
‘변호인’‘관상’에선 색다른 모습 인사

이제 막 영화 ‘변호인’ 촬영을 끝낸 배우 송강호(46)는 검게 그을려 있었고 몸무게도 상당히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얼마 전 부산에서 요트를 타는 장면을 찍으며 “살갗이 좀 탔다”는 그는 ‘변호인’에서 후에 대통령이 되는 인권변호사를 연기했다.

사실 송강호에게 ‘변호인’은 나중의 문제다. 당장 8월1일 개봉하는 ‘설국열차’를 알리는 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설국열차’로 끝은 아니다. 9월에는 사극 ‘관상’이 개봉한다. ‘변호인’까지 더하면 송강호는 연말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주연영화 세 편을 극장에서 연달아 공개한다.

송강호는 “우연”이라고 했다. 연극에서 영화로 무대를 옮긴 뒤 이번처럼 빠듯하게 주연영화를 개봉한 적은 없었다. 우연이라고 해도, 배우 자신의 ‘결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정이다. 송강호는 “걱정보다 설렘이 크다”고 했다. “관객은 전혀 질리지 않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감이 엿보였다.

‘설국열차’는 송강호에게 여러 의미를 지닌 영화다. 10년 전 ‘살인의 추억’에서 처음 만나 ‘괴물’을 함께 한 봉준호 감독과 재회했다. 송강호는 봉 감독을 “영화적인 동반자” 또는 “개인적인 동반자”라고 칭했다.



“‘설국열차’는 시작도 끝도 봉준호다. 걸출한 감독이 어떻게 끌고 가는지 지켜보는 게 새삼스러울 정도였으니까. ‘살인의 추억’으로 봉준호와 송강호란 존재를 알리고 대중에게 신뢰를 줬다고 할까. ‘마더’는 내가 나오지 않지만 그 영화까지도 함께 한 기분이다.”

영화는 기상이변이 닥친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다. 빙하기를 맞은 지구는 파괴되고, 마지막 남은 생존자들은 길이 500미터의 기차에 올라탄다. 마지막 칸에 머물던 ‘빈민층’은 나은 삶을 위해 앞 칸으로 전진한다. 송강호는 기차의 설계자 남궁민수를 연기했다. 한국배우는 딸로 출연한 고아성까지 단 두 명이다.

“한국영화 현장에서도 사적인 얘기는 거의 안 한다. 이번엔 외국 배우들과 있으니 얘기할 기회가 더 없었지.(웃음) 할리우드 시스템이란 게 ‘영화를 같이 만들어가자’는 건 아니잖나. 각자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약간 살벌하기도 하고 처음엔 중압감도 느꼈다.”

그 과정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본 연습을 위해 모든 배우들이 만난 첫 번째 자리. 대부분은 시나리오를 통째로 외워 왔다. “그 순간, 나는 대체 시나리오의 몇 페이지를 읽는지도 몰랐다. 너무 놀라서.”

‘자극 받았느냐’고 물으니 송강호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다음에 찍은 ‘변호인’ 대본 연습에는 시나리오를 거의 외워서 갔지. 주위에서 놀라더라고. 나를 보는 눈이 ‘송강호, 소문과는 다른데?’였다. 하하!”

배우 송강호. 사진제공|모호필름

배우 송강호. 사진제공|모호필름


영화의 촬영지는 체코였다. 물보다 맥주가 싼 나라. ‘애주’하는 송강호는 체코에 머무는 4개월 동안 ‘절주’를 택했다. 한 달에 딱 두 번만 맥주를 마셨다.

“놀러간 게 아니니까. 사고 없이 끝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절주의 이유다.”

송강호는 ‘설국열차’와 함께 ‘관상’에서도 아빠를 연기한다. 서로 개성은 다르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부성애는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부터 송강호는 아들과 함께 화제다. 그의 아들 준평 군이 지난해 U-16 청소년 축구국가대표에 선발된 덕분이다. 이제 송강호의 타이틀엔 ‘사커대디’가 추가됐다. “사적인 이야기는 싫다”는 송강호는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올 것이 왔다’는 눈빛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은 국가대표가 아니니까 ‘한 때 국가대표’가 맞겠지? 하하!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다. 능력 있고 재능이 있다면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지 않겠나. 고등학생이다. 스스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나태해지는 걸 알겠지. 부상당하는 게 안타깝긴 한데…. 아들 이야기는 나중에 국가대표가 되면 다시 하자.(웃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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