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관객을 들었다 놨다…‘뮤직박스’ 충격 반전은?

입력 2013-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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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뮤직박스’는 무대 음악 연기 반전이 맛깔스럽게 버물어진 창작 뮤지컬이다. 오는 9월1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문학공간 필링1관에서 공연이 이어진다. 사진제공|홍앤유

■ 뮤지컬 ‘뮤직박스’

연출가 성재준 3년만의 창작뮤지
컬 야심작
시작부터 폭풍 감동 후 환상적 극으로 초대
얄미울 정도로 심리계산…볼수록 빠져들어
日밴드 ‘서던올스타즈’ 곡 새롭게 해석 신선

‘런투유’(초연 때의 제목은 ‘스트릿라이프’였다), ‘카페인’,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연출가 성재준이 3년이나 공을 들여 탄생시킨 창작 뮤지컬 ‘뮤직박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외톨이가 된 장난감 디자이너 민석(김수용·정원용 분)과 아이돌 가수 하나(윤초원·김수연 분)가 만나 서로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장난감 세상을 압축해 놓은 듯한 아담하면서도 예쁜 무대, 귀에 쏙쏙 박히는 음악, 보기만 해도 미소가 그려지는 인형들의 노래와 연기,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에 반전이 관객을 1시간 반 동안 꼼짝 못하게 의자에 잡아 묶는다.

오늘 ‘아이러브스테이지’의 초대 손님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히키코모리 ‘민석’ 역을 맡은 배우 김수용이다.


● 철저한 감동의 계산 “시작하자마자 빠져든다”

“‘민석’은 밝고 맑은 사람이지만 결국은 히키코모리다. 뭔가에 빠져들고 집착이 강한 히키코모리의 기본적인 특성을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연출가와 부딪치면서까지 이러한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야한다고 고집했다.”

극이 시작되면 아무런 설명도, 배경음악도 없이 흑백의 애니메이션 한 편이 막 위에 쏘아진다. 어머니는 어린 민석에게 피노키오 인형을 쥐어주며 말한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도 인형만 바라보고 있어”. 그리고 이불을 민석에게 뒤집어씌운다. 잠시 후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소리가 나고, 어린 민석은 엄마와 약속한 대로 인형만을 쳐다보며 공포를 견뎌낸다. 이윽고 이불이 들추어지며 빛이 들어오고, 온통 멍이 든 엄마의 얼굴이 나타난다. 엄마가 말한다. “이제 아빠는 우리와 같이 살지 않을 거야. 대신 엄마가 널 영원히 지켜줄게.”

몇 분 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지만 너무도 강렬한 이미지로 관객의 마음을 졸아들게 만든다. 아프다. 치유 받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질 즈음, 성인이 된 민석의 환상적인 공간이 관객의 눈앞에 펼쳐진다. 얄미울 정도로 관객의 심리를 계산하고 있다.

영원히 지켜주겠다던 엄마는 민석이 좋아하는 자장가를 녹음한 뮤직박스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유일하게 민석이 단잠을 잘 수 있도록 도와주던 뮤직박스는 그러나 망가져버리고, 민석은 엄마의 목소리와 너무도 닮은 아이돌 가수 하나를 자신의 장난감 집으로 납치하게 된다.


● 일본의 국민밴드 ‘서던 올스타즈’의 음악이 뮤직박스 안에

김수용은 “모든 극이 그렇지만 ‘뮤직박스’에도 곳곳에 감추어져 있는 소박한 재미들이 있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민석의 작업실에는 수십여 개의 벽시계가 있다. 시계바늘들은 때때로 급박하게 돌아간다. 민석이 무언가 심리적인 혼란을 겪고 있음을 암시하는 장치이다.

‘뮤직박스’는 제목 그대로 ‘뮤직’이 좋은 작품이다. 모든 음악은 일본의 국민밴드로 불리는 ‘서던 올스타즈’의 곡들이다. 하지만 ‘서던 올스타즈’의 팬들조차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작곡가 하광석이 완전히 새로운 해석으로 편곡을 해놓은 까닭이다.

평소 ‘서던 올스타즈’의 열렬한 팬인 김수용은 “서던 올스타즈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뮤직박스에 출연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다”라며 흡족해 했다.

9월 1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문화공간 필링1관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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