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발로 이겼다. LG 이대형(가운데)이 11일 잠실 두산전 0-0으로 맞선 7회초 1사 상황에서 3루에 있다 1루 주자 김용의와 함께 이중도루를 통해 홈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타이밍상 아웃이었고, 상대 포수 양의지(왼쪽) 역시 아웃을 주장하고 있지만 마지막 순간 볼은 포수의 미트에서 빠졌고, 결국 세이프가 선언됐다. LG로선 행운도 함께 한 셈.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LG가 벤치의 작전과 주자들의 스피드, 여기에 행운을 더해 두산과의 라이벌전 2경기를 싹쓸이했다. LG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전에서 더블스틸로 결승점을 뽑아 3-1로 승리했다. 10일에도 두산을 3-2로 꺾은 LG는 이틀 연속 만원관중이 들어찬 잠실 2연전에서 라이벌 두산을 연파했다. 3위 두산(49승2무40패)과의 격차를 5게임으로 늘린 LG(55승36패)는 안정적으로 2위를 유지하며 1위 삼성(54승2무33패)에 1게임차로 바짝 다가섰다.
● ‘0’의 행진에 마침표 찍은 LG의 도박
LG 김기태 감독은 0-0이던 7회초 1사 후 4번 정의윤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대주자 이대형을 기용했다. 이어 5번 이병규(9번)가 좌전안타를 쳐 1·3루의 득점 찬스를 맞자 허벅지가 안 좋은 이병규를 빼고 김용의를 1루로 내보냈다. 1·3루에 빠른 주자가 있으면 다양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팽팽한 승부에서 4번과 5번을 모두 뺀다는 건 모험에 가까웠다. LG는 결국 후속 권용관 타석 볼카운트 2B-2S서 움직였다. 1루주자 김용의가 도루를 시도했다. 이를 간파한 두산의 피치아웃이 이어졌다. 김용의는 1∼2루 사이에서 멈춰 ‘의도된’ 런다운 플레이를 했다. 그 틈에 3루주자 이대형은 홈으로 파고들었다. 두산 1루수 최준석이 홈으로 던진 공은 원바운드로 갔지만, 포수 양의지가 잘 잡아 접전 상황. 그러나 홈 플레이를 자세히 살핀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두산 코칭스태프가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심판은 단호했다. 볼을 포구했어도 태그한 뒤까지 잡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대형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양의지의 미트에 들어갔던 볼은 흘러나왔고, 심판은 이를 정확히 캐치했다.
● AGAIN(어게인) ‘5.23’
LG의 이날 플레이는 5월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나온 권용관의 홈스틸성 야수선택을 연상케 했다. 권용관은 1-1 동점이던 6회 2사 1·3루서 투수가 던진 공을 받은 포수가 앉아서 천천히 던져주는 틈을 이용해 3루서 홈으로 쇄도해 득점에 성공했다.
당시 경기에서 LG는 권용관의 발로 결승점을 올리며 3-2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삼성의 안방에서 위닝 시리즈를 달성한 LG는 이후 10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엄청난 상승세를 탔다. 그 덕분에 LG는 지금의 2위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안정된 선발로테이션, 리그 최강의 불펜,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진 타선뿐 아니라 재치 있는 주루플레이까지 가미한 LG는 ‘가을야구’를 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경기 후 LG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의 강한 힘 덕분에 이겼다. 선수들이 일주일간 좋은 경기를 해줬다”고 칭찬했다.
잠실|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