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은 LPGA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의 잇단 우승이 투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2년여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박희영이 15일 강원도 홍천 힐드로사이 골프장에서 열린 KLPGA투어 넵스 마스터피스 1라운드 6번홀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LPGA
18개 대회 중 절반 우승…매일 파티하는 느낌
외국선수들도 연습량 늘려…LPGA 수준 향상
2005년 KLPGA 데뷔 때와 국내 분위기 달라
후배 선수들 성적 집착해 에티켓 실종 아쉬움
“우리끼리 돌아가면서 우승하잖아요. 현지에선 경계의 눈초리가…”
18개 대회 중 9승. 우승확률 50%.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이 미 LPGA 투어에서 가져온 우승트로피 숫자다. 현지에서의 분위기는 어떨까.
7월 메뉴라이프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이 분위기를 전했다. “당연히 분위기 안 좋죠”라며 활짝 웃었다.
진담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의 우승이 많아질수록 경계 대상이 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좋은 점도 생겼다. 한국 선수들의 우승이 LPGA 투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박희영은 “예전에는 해질 때까지 남아서 연습하는 선수들 대부분 한국선수였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외국 선수들도 늦게까지 연습하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선수들 끼리의 분위기는 어떨까. 한 마디로 파티분위기다.
“우리끼리 돌아가면서 우승하니까 매일 파티 하는 것 같아요.”
올해 한국선수들의 성적이 좋아진 데는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박희영은 “올해 박인비가 우승을 많이 했고 또 최나연이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할 때도 서로 응원을 많이 했다.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선수 대부분은 1987년∼1990년생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또래끼리 모여 있다보니 경쟁보다는 격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박희영이 15일 강원도 홍천의 힐드로사이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넵스 마스터피스(총상금 6억원·우승상금 1억2000만원)에 출전했다. KLPGA 투어 출전은 2010년 롯데마트 여자오픈 이후 2년 여 만이다. 그동안 미 LPGA 투어에 전념하느라 국내 대회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첫날 성적은 이븐파 72타로 공동 25위. 무난한 출발이다.
어느덧 박희영은 고참이 됐다. 그는 2005년 KLPGA 투어에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투어에서는 막내였다.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박희영은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니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들뜬 마음을 전한 뒤 “예전과는 투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라는 씁쓸함도 감추지 않았다.
박희영은 “선수들이 지나치게 성적에만 몰두하다보니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 예전에는 투어에 고참 선수들이 많아 골프 이외에 에티켓 등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줬는데 지금 투어에선 그런 분위기가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1라운드 경기에서는 이정민(22·KT)과 김세영(23·미래에셋) 등 11명이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선두로 나섰다.
홍천|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