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숨바꼭질’ 손현주 “평범한 내 삶,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입력 2013-09-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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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들이 학원을 다녀서 더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하하하. 집에 있으면 아내가 귀찮아하는 분리수거도 해요. 뭐 그게 어렵나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일을 하는 배우 손현주의 모습은 어느 평범한 가장과 다르지 않았다. 손현주는 “배우도 사람인데 다를 게 있나”라며 “평범한 삶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연기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빛나고 있다. 영화 ‘숨바꼭질’도 마찬가지다. 손현주가 맡은 성수는 과거에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병적인 결벽증이 있지만 자신의 집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범인과 사투를 벌이는 가장이다. 누군가 몰래 이 집에 살고 있다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줄거리와 손현주의 현실적인 연기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현실적인 공포를 주고 있다.

“저도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의 동영상을 봤어요. 가장 무서웠던 점은 범인이 아무 거리낌 없이 행동한다는 거였어요. 마치 자신의 집에 있는 것처럼…. 거기에 허정 감독의 탄탄한 시나리오가 현실적인 두려움을 더한 거죠.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공포를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 준 것 같아요.”

그는 무대 인사를 다니며 겪었던 일화도 털어놨다. 손현주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얼굴이 시퍼렇더라. 내 아들도 봤는데 ‘아빠, 수고했어’라는 말 대신 ‘왜 이렇게 무서워’하며 화를 내더라. 하하”라고 말했다.

‘숨바꼭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영화 제작비로는 다소 적은 25억 원의 예산을 갖고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촬영 회차도 과감히 줄였다. 배우들은 절대 지각하지 않았고 다시 찍고 싶은 후회가 없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촬영에 임했다.

“그런데 오히려 연기를 하는데 더 도움이 됐어요. 영화 촬영을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한 번도 긴장감을 늦춘 적이 없었어요.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었죠. 그래서 영화가 더 잘 나온 것 같아요. 그래도 밥차 음식은 정말 맛있었고 간식도 틈틈이 챙겨먹었어요. 하하하.”

손현주는 이 영화를 맡으며 근심걱정이 많았다. 대상의 영예를 안겨준 드라마 ‘추적자’를 마친 후 그는 작품에 대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혹시나 자신의 영화가 흥행면으로 실패해 영화에 도전하고 싶은 후배들의 길을 막게 되진 않을까 염려했다.

“오랫동안 TV에서 활동하다가 영화로 넘어왔는데 성적이 좋지 않으면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의 길이 힘들어질 것 같더라고요. 저 같은 사람이 영화를 해도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면 관객들도 외면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찍었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이어가며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단 출신이었던 손현주의 휴대전화에는 연극배우들의 연락처가 가득하다. 좋은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면 후배들을 추천해주기 위해서다.

“저는 대학로를 참 좋아해요. 그 곳에서 정말 열심히 연기하는 후배들이 있거든요. 진주 같은 후배들은 좋은 작품에 출연해 질을 높였으면 좋겠어요. 그게 시청자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도움을 받지 못했거든요. 다행히 전 1991년에 KBS 공채 탤런트로 뽑혀서 드라마를 할 수 있었어요. 후배들에게 길을 밝혀주는 선배가 되고 싶었어요.”

손현주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의 연기 인생도 궁금해졌다. 지금은 누구 하나 부인할 것 없이 ‘연기의 신’으로 불리지만 손현주도 연기 때문에 혼났을 때가 있었을까.

“당연히 있었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는 안 될 거라고 했어요. 비속어를 써가며 저를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그런데 그런 말들이 제 연기생활의 굳은살이 됐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 고마움을 알죠.”

차근차근 단계를 오르며 정상까지 온 손현주. 지난해에는 TV 연기자로서 최고상을 받았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을까. 혹시 이번에는 영화인으로 큰 상을 노리고 있지 않을까.

“상이요? 그런 욕심은 없어요. 영화 환경이 좋아져서 다양한 영화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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