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양국 수도 연고·지난해 리그 우승팀
에스테그랄, 이란 국가대표팀만 7명
서울, 중동 텃세 대비 1차전 승부수
FC서울이 25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의 에스테그랄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치른다. 긴장감이 감돈다. 단순한 클럽대항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 한 판 승부이기 때문이다.
● 클럽대항전 그 이상
서울과 에스테그랄은 명실상부 양국 프로리그 대표 클럽이다. 두 팀 모두 수도(서울과 테헤란)를 연고로 한다. 서울은 한국축구의 상징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에스테그랄은 10만명을 수용하는 ‘원정팀의 무덤’ 아자디 스타디움을 쓰고 있다. 서울은 작년 K리그 정상에 섰고, 에스테그랄 역시 2012∼2013시즌(중동은 유럽과 마찬가지로 춘추제)우승팀이다.
명성에 걸맞게 멤버도 화려하다. 에스테그랄은 이란대표팀 에이스 네쿠남을 비롯해 테이무리안, 헤이다리 등 현 국가대표 7명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도 뒤지지 않는다. 홍명보호에서 꾸준히 활약 중인 윤일록과 하대성, 고요한이 버티고 있다. 데얀은 몬테네그로대표팀 주전 골잡이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24일 공식기자회견에서 “대표선수가 많은 클럽이 꼭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개의치 않는다. 또 우리도 전현직 대표선수를 따져보니 14명이나 된다”며 맞불을 놨다.
양 국가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한국과 이란은 그동안 월드컵 최종예선이나 아시안 컵 등 주요 대회 때마다 고비에서 맞닥뜨린 오랜 숙적이다. 최강희 감독 시절이던 6월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홈에서 이란에 0-1로 졌다. 8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하고도 웃지 못했다. 더구나 당시 케이로스 이란대표팀 감독이 한국 벤치로 와 주먹감자를 날리며 조롱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최용수 감독은 “최근 대표팀이 이란과 전적이 썩 좋지 않다. 이번 경기는 국가대항전 성격이 짙다. 우리 선수들은 가슴에 태극마크가 아닌 서울 로고를 달고 K리그 위상을 걸고 싸울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 많이 넣되 무실점
서울은 1차전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동안 중동 팀들이 홈에서 부린 행태를 감안하면 에스테그랄 역시 10월2일 테헤란에서 벌어질 2차전 때 갖은 텃세를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는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된다. 서울은 2차전 때 부담을 덜기 위해 이번에 최대한 골을 많이 넣되 절대 실점해서는 안 된다.
에스테그랄 아미르 갈레노이 감독은 공식기자회견에서 “우리는 1차전에서는 골을 넣고 2차전에서는 실점을 안 하는 전략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연막일 가능성이 높다. 에스테그랄은 1차전 때는 두꺼운 수비진을 구축하면서 역습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도 상대 속내를 파악하고 있다. 최 감독은 “공격적으로 나간다는 상대 말을 100%% 믿지 않는다. 높이와 힘을 활용해 수비를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무실점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홈에서 해왔던 대로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