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류현진 ‘천적’ 골드슈미트 “류현진에 강한 이유? 그 것은…”

입력 2013-09-27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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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동아닷컴DB

[동아닷컴]

LA 다저스 류현진(26)은 27일(한국시간) 현재 14승 7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우뚝 섰다. 류현진이 이처럼 빅리그 데뷔 첫 해부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그에게도 ‘천적’이 있다. 바로 류현진과 동갑내기인 애리조나 중심타자 폴 골드슈미트(26) 이다.

류현진은 올해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전에 각각 5번 선발 등판했다. 올 시즌 총 29번의 등판 중 두 팀을 가장 많이 상대했다. 두 팀 선수 중 류현진을 10회 이상 상대해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바로 골드슈미트다.

골드슈미트는 올 시즌 류현진을 상대로 14타수 7안타 타율 0.500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헌터 펜스(30)는 류현진과 14번 만나 타율 0.429 5타점을 기록해 골드슈미트의 뒤를 잇고 있다.

골드슈미트는 텍사스주립대(TSU) 3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에서 애리조나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지명 후 곧바로 애리조나 산하 루키리그에 배정된 그는 그 해 62경기에 출장해 18홈런을 쏘아 올리며 거포본능을 과시했다. 이후 골드슈미트는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 0.317 83홈런 출루율 0.407을 기록한 뒤 프로진출 단 2년만인 2011년 8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투수도 아닌 야수가 그것도 8라운드 지명자가 단 2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골드슈미트는 빅리그 데뷔 첫 해 총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0 8홈런 26타점을 기록해 가능성을 입증했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타율 0.286 20홈런 82타점을 기록했고 풀타임 2년째인 올해는 27일 현재 타율 0.304 36홈런 124타점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골드슈미트는 현재 내셔널리그 홈런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변이 없는 한 올 시즌 홈런 타이틀은 그의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에는 내셔널리그 올스타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동아닷컴은 류현진의 천적 골드슈미트를 최근 애리조나 체이스필드 내 그의 라커 앞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동아닷컴DB


다음은 골드슈미트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아픈데도 없고 좋은 편이다.”

-내셔널리그 홈런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홈런 타이틀 수상 자신 있나?

“(웃으며) 야구는 워낙 변수가 많아 끝까지 안심할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홈런 타이틀을 꼭 차지하고 싶다. 정규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사이버대학을 통해 경영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들었다. 축하한다.

“고맙다.”

-시즌 중에는 많이 바쁠 텐데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지 않았나?

“물론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공부도 때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내가 학위를 취득한 피닉스 대학(Univ. of Phoenix) 관계자들이 매년 애리조나 선수들을 상대로 입학 설명회를 개최한다. 빅리그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을 중퇴하고 프로에 진출한 사람들이 많은데 나 같은 경우는 꼭 대학공부를 끝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피닉스 대학을 알게 됐고 그 곳 온라인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나처럼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 공부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주로 오전에 온라인에 접속해 수업을 듣거나 게시판 등을 이용해 토론에 참여했고 리포트나 과제물은 경기 후 또는 비행기틀 타고 원정 가는 시간 등을 활용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학위를 취득하고 보니 그만큼 보람도 크다.”

-어렸을 때 야구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 항상 1루수로만 뛰었나?

“그렇지는 않다. 어렸을 때는 3루를 포함해 다른 내야 포지션도 소화했다. 그러다 대학에 진학해 1루만 봤고 프로에 와서도 줄곧 1루수로만 뛰고 있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팀과 롤모델은 누구였나?

“유년기를 휴스턴에서 보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휴스턴을 가장 좋아했다. 어렸을 적 롤모델로는 제프 베그웰(은퇴)과 랜스 버크먼(37·텍사스) 두 선수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했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는가?

“시즌 때와 오프시즌 때가 다르다. 시즌 중에는 식구나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오프시즌 때는 주로 골프를 친다.”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동아닷컴DB


-아내가 대학시절 골프선수였다고 들었다.

“그렇다.”

-골프선수였던 아내 덕에 당신도 골프를 잘 칠 것 같다.

“그렇지는 않다. 아내가 내게 골프를 가르쳐 주려고 수 차례 시도했지만 (웃으며) 내가 고집이 센 편이라 아내 말을 잘 듣지 않아 골프 실력은 형편없다. 하지만 가끔 친구들과 내기 골프를 칠 때는 아내를 데리고 가 대타로 출전시킬 때도 있다. 그런 날은 성적이 좋다.”

-그건 반칙 아닌가?

“내 골프 실력이 형편없어 평소에 많이 지는 편이라 이따금 아내를 데리고 가 대타로 내세워도 친구들이 눈감아 준다. 괜찮다.”

-다시 야구 얘기를 하자. 빅리그 풀타임 2년 만에 내셔널리그 홈런 타이틀을 목전에 두고 있을 만큼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특별한 비결은 없다.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고 즐기면서 열심히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결과가 좋았을 뿐이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만큼 자만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정상급 타자여서 훈련도 많이 할 것 같다. 하루에 배팅연습은 얼마나 하나?

“일단 시즌이 시작되면 배팅연습은 그리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시합 전에 실내연습장에서 한 30~50개 정도 공을 치는데 그 때 컨디션이 안 좋거나 배팅감각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면 운동장에서 치는 배팅연습 때 평소보다 많이 친다. 그런 날은 하루에 한 100개 이상 치는 것 같다. 하지만 시즌 중이라도 컨디션에 따라 매일 훈련량이 다르다.”

-며칠 전 다저스 류현진을 상대로 결승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올 시즌 유독 류현진에게 강하다. 비결이 있다면?

“(웃으며) 잘 모르겠다. 하지만 류현진이 뛰어난 투수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는 실투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커브, 슬라이드, 직구를 홈플레이트 좌우 양쪽 구석에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을 만큼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다. 그날 류현진의 실투를 바랬는데 마침 실투성 공이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높게 들어와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운이 좋아 홈런이 됐다.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동아닷컴DB


-그날 홈런 친 공은 속구였나?

“그렇다. 초구 속구였다. 하지만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후 나머지 두 번은 류현진이 나를 모두 아웃 시켰다. 야구가 그런 것이다. 한 번 잘 쳤다고 계속 잘 치라는 법이 없다. 그날 내가 비록 2점 홈런을 치긴 했지만 류현진은 더 이상 실점하지 않고 완투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류현진이 등판한 날은 정말 좋은 경기를 하는 것 같다.”

-어쩌다 한 번 잘 치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상대 타율(0.500)이 말해주듯 당신은 시즌 내내 류현진에게 강했다.

“내가 안타를 친 적도 여러 번 있지만 그에 반해 류현진도 나를 상대로 아웃을 많이 잡았다. 류현진은 다저스에서 그리고 나는 애리조나에서 뛰는 한 앞으로 더 자주 만나게 되겠지만 류현진이 올 해 우리 팀을 상대로 등판한 것으로 그와 나의 관계를 단정짓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운이 좋아 내가 안타를 많이 쳤어도 내년에는 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게 야구의 매력 아니겠는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특정 선수를 상대로 결과가 좋으면 그를 다시 만날 때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가?

“물론 그렇긴 하다. 그러나 야구는 늘 변수가 존재한다. 내가 류현진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면 류현진이나 다저스 코칭스태프도 나를 더 연구할 것이고 나 또한 그를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나와 우리 코칭스태프도 류현진을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분석을 할 것이다. 야구에는 ‘항상’이란 것이 존재할 수 없다. 늘 상대를 공략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분석해야 한다.”

-오늘 귀한 시간 내줘 고맙다. 홈런왕이 확정되면 다시 한 번 찾아오겠다.

“(웃으며)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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