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 사커에세이] 유소년클럽 라이선스 제도화 한국축구, 유럽서 답을 찾다

입력 2013-09-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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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K리그 구단 관계자 등 6명으로 구성된 ‘선진축구사례 연구조사단’이 최근 10박12일 일정으로 독일과 프랑스를 다녀왔다. 협회와 연맹, 구단이 공동으로 조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올해 초 한국을 방문한 ‘독일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프란츠 베켄바워가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사단은 독일축구협회와 프랑스축구협회 등을 방문해 유소년과 국가대표 육성시스템, 클럽운영 등을 돌아보고 왔다.

조사단의 출장 소식을 접하고는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처럼 짧은 기간에 배워올 게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전 세계 축구를 지배하는 유럽에는 배울 게 많다. 선수와 자본, 시설, 관중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대가 유럽이다. 밑바닥부터 잘 다져진 리그 운영도 롤 모델이다.

한국도 유럽을 모델로 삼았다. 예를 들면 국가대표팀 전용 훈련시설인 파주NFC는 프랑스대표팀 훈련장이자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인 클레르퐁텐을 본떠 만들었다. 2002월드컵 4강 신화에 일조했음은 물론이고 연령별 대표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출장자에게 성과를 물어보니 귀가 솔깃한 대답이 돌아왔다. 유소년 육성 방안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왔다고 했다. 뚜렷한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다. 비싼 돈 들여 비행기 타고 갔지만 열흘 동안 이것저것 다보다가는 수박 겉핥기식 밖에 되지 않는다. 유소년 육성이라는 주제를 잘 잡았다는 생각도 든다.

유소년 육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래의 위상을 가늠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축구가 부진을 딛고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위용을 떨친 원동력은 다름 아닌 유소년 정책 덕분이다. 독일축구가 최근 급부상한 것도 유소년 육성 등 중장기 비전을 잘 세웠기에 가능했다. 한국도 축구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유소년에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조사단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유소년 정책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유소년클럽 라이선스 제도’와 ‘유소년 기술발전위원회 신설’ 등이다.

라이선스 제도는 구단별로 유소년클럽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연맹과 협회가 공동 평가 및 인증을 실시하자는 제도다. 쉽게 말해 교육 내용이 우수한 클럽에 좋은 등급을 매겨 선수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구단 간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지고 상향 평준화가 가능해진다.

해외 주요대회나 주요 클럽의 전술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신설도 신선하다. 연령별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선수능력 측정방법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연맹이나 협회가 적극 나서 각 구단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방과 후 교육을 강화할 요량으로 유소년선수 교육환경을 조성해야한다는 의견이나 우수선수 조기 발굴 및 육성 등의 제안도 의미가 있다.

아직은 종이 문서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실천하느냐다. 협회나 연맹, 구단이 이를 공유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 현장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만 가치가 있다. 한국축구의 뿌리를 다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하고 싶고, 책임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실천해나가길 바란다.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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