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우승자이자 세계랭킹 2위인 라파엘 나달(가운데)이 27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워커힐호텔 테니스장에서 한국 테니스 꿈나무인 이덕희(왼쪽), 박민진(오른쪽)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해준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청각장애 얘기 들었을땐 내 귀 의심
쉽게 플레이 장점…ATP 재회 기대”
이덕희 “또 배울 기회 있었으면…”
“장애를 이겨낸 이덕희(15·제천동중)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항상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는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최연소 선수다.”
4월 6일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27·스페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이 글을 올리면서, 이덕희는 전세계 테니스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는 이덕희가 ATP 투어 최연소로 랭킹포인트를 획득한 직후였다.
둘의 인연은 200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달은 로저 페더러(스위스)와의 이벤트 경기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당시 8세였던 이덕희와 만났다. 선천성 청각장애 3급인 이덕희는 상대 선수가 공을 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스타가 심어준 꿈을 무럭무럭 키워갔다.
‘기아자동차 홍보대사’인 나달(세계랭킹 2위)은 27일 기아자동차의 초청으로 2006년 이후 7년 만에 내한해 이덕희와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덕희는 ‘어린이 꿈나무’ 박민진(2014년 호주오픈 기아자동차 한국 볼키즈 홍보대사)과 함께 나달로부터 원포인트레슨을 받았다.
나달은 “청각장애를 가진 선수가 있다는 얘길 처음 들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 챔피언이 되기 위해선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 이덕희는 어린 선수임에도 쉽게 플레이하는 것이 장점이다. 내가 어릴 때도 그 정도는 못했던 것 같다. 아직 젊은 선수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ATP 무대에서 만나길 기대한다. 내 경험담이나 코치 등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 지속적으로 이덕희와 연락하겠다”고 밝혔다. 이덕희는 “사인이 들어간 라켓까지 선물해줘서 고맙다. 나달에게 또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라파엘 나달 한국 방문 행사’에서는 테니스 동호인들도 나달과 잠시 랠리를 펼칠 기회를 얻었다. 참가자들의 얼굴은 세계 최고 선수를 만난다는 설렘으로 상기돼 있었다. 지난해 기아자동차 전국동호인테니스대회 우승자 최한민(30) 씨는 “나달의 공을 한번 받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다. 나달과 함께 찍은 사진은 가보로 남기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ATP 투어 차이나오픈(30일 개막) 출전을 위해 27일 저녁 곧바로 베이징으로 이동한 나달은 “빅매치를 열어 더 많은 스타들을 초청하고, 이덕희처럼 훌륭한 꿈나무들을 발굴한다면 한국테니스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