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와 2년차 감독 얄궂은 운명

입력 2013-10-0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염경엽 감독-김진욱 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PS 재수 김진욱 “삼수는 절대 안돼”
PO 직행 놓친 염경엽 “상처 씻겠다”


넥센 염경엽(45·사진 왼쪽) 감독과 두산 김진욱(53·오른쪽) 감독이 운명의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둘은 그동안 특별한 인연과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관계는 아니지만, 8일부터 목동과 잠실을 오가며 준플레이오프(준PO) 전쟁을 펼쳐야 한다.

가을에 이기고 싶지 않은 남자는 없다. 특히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 재수생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3위로 준PO에 진출했지만, 첫 관문에서 정규시즌 4위 롯데에 1승3패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올해 파트너는 롯데에서 넥센으로 바뀌었지만, 이번 준PO는 설욕의 무대다. 지난해 두산 지휘봉을 잡은 뒤 2년 연속 팀을 가을무대로 이끈 점은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자칫 이번에도 첫 관문에서 떨어진다면 ‘가을에 약하다’는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야구계에서도 소문난 젠틀맨이다. 팬들에게도 마찬가지. 팀이 이기거나 지거나 그는 언제나 팬들 앞에 허리를 90도까지 숙여 인사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감독에게 더 중요한 덕목은 승부다. 야구 후배이자 초보인 염 감독에게 패한다면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넥센과의 ‘지하철 시리즈’를 잡고 PO에 올라 잠실 라이벌 LG와의 ‘덕아웃 시리즈’를 머리에 그리고 있는 김 감독이다.

염 감독은 히어로즈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의 역사를 만들었다. 올해 처음 사령탑 자리에 올랐지만 정규시즌에서 그는 초보답지 않은 ‘준비된’ 작전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갖가지 묘수들을 두면서 ‘스마트 야구’라는 칭송까지 받았다.

그러나 다 잡았던 PO 직행 티켓을 놓친 점이 아쉽다. 특히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하필이면 최하위 한화에 덜미를 잡힌 부분은 두고두고 아플 수밖에 없다. 만약 가을잔치 첫 관문에서도 패한다면 1년 내내 쌓아온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역시 초보’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두산을 꺾고 죽마고우인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LG와의 PO 진검승부를 벌이고 싶은 게 염 감독의 마음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