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상금왕·대상 탈환 포기 못해”

입력 2013-10-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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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가 지난해 프로 데뷔전에서 사용했던 골프공을 들어 보이며 각오를 새로 다졌다. 골프공에 데뷔전 날짜인 ‘2012.10.19’가 적혀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 아마 골프여제 프로 데뷔 1주년

프로 출전 두 달만에 우승 기대 부응
상반기 맹활약…2승 늦어지자 초조
성적 압박 벗어나려 마음가짐 새롭게
“생애 단 한번의 기회 신인왕 꼭 차지”


아마추어로 한국과 일본의 여자골프 무대를 발칵 뒤집어 놨던 김효주(18·롯데)가 프로 데뷔 1년을 맞았다. 지난해 10월 19일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데뷔전을 치른 지 꼭 1년이 됐다.

김효주가 다시 그 무대에 섰다. 1년 전 “아마추어 때는 매일 한 가지 옷만 입었는데 프로가 되니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라며 멋쩍어 하던 소녀는 어느새 프로 첫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다. 14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연습 중인 그를 만났다.


● ‘슈퍼루키’로 새 출발

“현재까지의 성적은 B정도….”

김효주는 자신의 성적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데뷔 초 기대감이 컸다. 한국여자골프를 들었다놨다할 초대형 신인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김효주도 그에 걸맞은 활약을 보였다.

데뷔전이었던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공동 25위를 기록했다. LPGA 스타들과 국내의 톱 프로들이 모두 출전한 경기에서 무난한 출발이었다.

프로 첫 승은 데뷔 2개월 11일 만에 나왔다. 작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신고했다. 이는 김미현(36·은퇴)이 갖고 있던 프로 데뷔 최단기간(2개월18일) 우승을 일주일 앞당긴 기록이다.

김효주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너무 빨랐다. 멍한 기분이 들었고 ‘내가 진짜 우승한 게 맞나’라는 생각에 제대로 우승을 실감하지 못했다”라고 첫 우승의 순간을 떠올렸다. 이후에도 활약은 계속됐다. 국내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4월부터 6월 초까지 6개 대회에 출전해 두 번의 준우승을 포함해 모두 톱10에 들었다. 아마추어 ‘거물’에서 ‘슈퍼루키’로의 성공적인 새 출발이었다.


● 냉정한 프로의 세계 실감

잘할수록 팬들의 기대감은 더 커졌다. 프로 데뷔 2개월 만에 우승을 했으니 적어도 2∼3승은 더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대가 오히려 김효주의 발목을 잡았다.

“성적도 그렇지만 경기 내용 등 모든 것을 신경 쓰면서 경기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도 많이 하고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했던 프로의 세계와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첫 승 이후 10개월 가까이 우승이 없다. 그러면서 서서히 성적에 대한 압박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상반기 11개 대회에서 톱10 밖으로 밀려난 게 딱 두 번 뿐이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7개 대회에서 4번이나 톱10 밖으로 떨어졌다. 특히 9월 한화금융클래식 3라운드에서는 하루에만 85타를 치는 치욕을 경험하기도 했다. 성적이 나쁜 건 아니지만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답답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고 보여줄 게 더 많이 남아있는데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럴수록 답답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김효주는 원래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다. 한번 끝난 경기는 다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가 된 이후 이런 모습이 달라졌다. 잘못했던 부분을 다시 생각하고 다음 경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계획하게 됐다.

“모든 신경을 골프에만 집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게 해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신인왕 절대 놓치지 않겠다”

KLPGA 투어 시즌 막판이 뜨겁다. 김세영(20·미래에셋)에 이어 장하나(21·KT)의 활약이 계속되고 있다.

김효주는 “이대로 끝낼 수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선배들의 활약에 자극을 받았다.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조금만 더 잘하면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했다.

솔직히 그동안 불만이 가득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않으면서 “왜 안 될까”라는 불평만 늘어왔다. 이제는 생각을 바꿨다. “할 수 있다”라는 긍정마인드다.

김효주는 “상금왕과 대상 탈환에 남은 시간 모든 걸 쏟아 붓겠다. 아직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다짐했다.

잘 드러내지 않던 속내도 꺼내보였다. 그는 “신인왕만큼은 꼭 차지하겠다”라고 했다.

김효주는 “생애 단 한번 뿐인 신인상은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 놓치면 정말 후회할 것 같다. 눈에 불을 켜고 지켜내 후회 없는 루키 시즌으로 마무리 하겠다”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신인상 부문 1위인 김효주(1766점)는 2위 전인지(1707점)에 59점 차로 쫓기고 있다.

김효주의 골프인생은 이제 막 1번홀을 시작했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잘 떨어뜨렸고 두 번째 샷도 그린에 잘 올려놨다. 버디가 될지, 아니면 파로 끝나게 될지는 그의 손에 달려 있다.


김효주는?


△1995년 강원도 원주 출생 △2010∼2012년 골프 국가대표 △2011∼2012년 대한골프협회 최우
수 아마선수상 (2년 연속 수상) △2012년 KLPGA 롯데마트 여자오픈우승 (아마추어 출전) △2012년 JLPGA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 우승 (아마추어 출전) △2012년 TLPGA 스윙잉스커츠 우승(아마추어 출전) △2012년 세계 아마추어 골프선수권 단체전 우승 △2012년 10월 15일 프로 전향 △2012년 KLPGA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오픈 우승 (2013시즌-프로 데뷔 최단기간 우승)

영종도|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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