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희 “다중인격 같은 내 성격, 연기할 땐 최고의 무기”

입력 2013-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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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는 여자, 고성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역할을 다 해보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낸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하정우 감독 영화 ‘롤러코스터’서 첫 주연 맡은 고성희

“쉬지 않고 다양한 영화 출연이 목표
능숙한 일본어? 첫사랑 때문에 독학
나는 욕심쟁이…어떤 역할이든 자신”

고성희(23)는 당차게 말했다. “여배우의 신비주의를 깨고 싶다”고.

“2∼3년 만에 영화 한 편씩 출연하는 게 아니라 쉬지 않고 수많은 영화를 하겠다”는 일종의 ‘데뷔 선언’이다.

그런 고성희를 두고 배우 하정우는 ‘10년 뒤엔 충무로의 대표 여배우로 자리 잡을 것 같다’고 호평했다. 선배의 칭찬에 “부끄럽다”면서도 고성희는 “하정우 감독처럼 내가 쓴 시나리오로 작은 영화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출연한 영화는 이제 두 편. 지난해 ‘분노의 윤리학’으로 데뷔했고 17일 개봉한 ‘롤러코스터’가 첫 주연작이다. 영화에서 고성희는 백치미가 흐르는 일본인 승무원 미나미토 역. 관객들은 ‘진짜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국적 오해’의 시작은 고성희가 구사하는 일본어 실력에서 기인한다.

그가 일본어를 익힌 계기는 의외다. 남들보다 일찍 겪은 첫사랑의 경험 덕분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재일교포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갑자기 일본으로 돌아갔고, 난 미국 유학을 떠났다. 어떻게든 전화통화를 하고 싶어 독학으로 일본어를 익혔다.(웃음)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시차가 너무 컸다. 시차가 우릴 막았다.”

아버지가 외교 관련 일에 종사해 미국에서 태어난 고성희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현지에서 다녔다. 어릴 때부터 경험한 넓은 세상과의 만남은 그에게 ‘시원시원한’ 성격을 만들어준 듯 보였다. 어떤 질문을 받아도 그는 망설임이 없었다.

“내겐 여러 성격이 공존한다. 매 순간 극과 극이다. 마치 다중인격처럼. 하하! 내 안에선 서로 다른 성격이 싸우기도 하는데, 연기할 땐 오히려 좋다.”

이런 고성희에게 ‘롤러코스터’를 함께한 하정우 감독과 배우 정경호는 ‘소주요정’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촬영이 끝나고 유난히 잦았던 술자리에 빠짐없이 참석했고, 그때마다 “선배들보다 먼저 취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력으로 버틴 덕분에” 음주 실력을 인정받았다. 고성희가 유독 애호하는 주류가 소주인 탓에 얻은 별칭이기도 하다.

“요즘도 소주요정으로서 임무를 다하고 있다. 먹고 마시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살이 찌지 않는 건 순전히 걷는 걸 좋아해서다. 요가? 필라테스? 그런 운동은 별로다. 축구나 달리기처럼 과격한 운동이 내 스타일이지.”

고등학생 때 CF모델로 데뷔한 고성희는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진학하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조상님까지 통틀어 연기를 한 건 내가 유일하다”는 그는 “요즘은 행복한 마음에 가슴이 벌렁벌렁하다”고 했다.

“난 욕심쟁이인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역할을 하고 싶으니까. 센 액션 영화도,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중성적인 인물도 자신 있다. 물론 어렵다는 건 안다. 밥벌이하며 살아가는 배우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걸 아니까.”

한 달 가까이 ‘롤러코스터’를 알리는 활동에 몰두하느라 짧은 휴식조차 없었다는 그는 어렵게 얻은 하루의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궁리 중이다.

“일단 친구들을 모아 ‘고성희 힐링캠프’부터 시작할 계획”이라며 “목이 쉴 때까지 수다를 떨면서 적당한 알코올을 곁들이겠다”며 웃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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