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당 250만원 신인이 5000만원 베테랑 이겼다

입력 2013-1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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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신인 작가들이 창의적인 소재 등에 시도하며 스타 작가의 인기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시청률 면에서 성공을 거둔 KBS 2TV 드라마 ‘굿닥터’(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직장의 신’, ‘비밀’, ‘학교2013’ 등은 모두 단막극으로 데뷔한 작가들의 작품이다. 사진제공|KBS

단막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신인 작가들이 창의적인 소재 등에 시도하며 스타 작가의 인기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시청률 면에서 성공을 거둔 KBS 2TV 드라마 ‘굿닥터’(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직장의 신’, ‘비밀’, ‘학교2013’ 등은 모두 단막극으로 데뷔한 작가들의 작품이다. 사진제공|KBS

■ 방송가에 단막극 출신 드라마작가 맹활약

KBS2 수목드라마 ‘비밀’ 유보라 작가 깜짝 선전
스타급 김은숙 작가의 SBS ‘상속자들’ 제치고 1위
‘학교 2013’ ‘직장의 신’ ‘굿 닥터’ 등도 신예 작품
KBS 단막극 극본 공모전 등 신인 발굴 노력 결실

250만원과 5000만원.

드라마 신인 작가와 스타급 작가의 회당 극본 집필료다. 최근에는 김수현 등 일부 스타 작가들의 집필료가 1억원에 육박하는 등 신진급과 차이가 더욱 벌어지는 상황. 하지만 집필료가 시청률과 비례하던 시대는 지났다. 방송가에서는 ‘잘 키운 한 명의 단막극 작가, 10명의 스타 작가 부럽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스타 작가로 꼽히는 김은숙 작가의 SBS ‘왕관을 바라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을 제치고 수목드라마 1위를 지키고 있는 KBS 2TV 수목드라마 ‘비밀’의 유보라 작가가 그렇다. 유보라 작가는 회당 약 250만원의 집필료를 받는 신인. 2011년 제24회 TV단막극 극본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비밀’은 장편 데뷔작이다. 유 작가는 그동안 ‘태권, 도를 아십니까’, ‘상권이’, ‘연우의 여름’ 등 KBS 2TV ‘드라마 스페셜’의 단막극을 집필해왔다.

애초 ‘시크릿 가든’과 ‘신사의 품격’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 SBS ‘왕관을 바라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을 ‘비밀’이 넘어서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비밀’은 꾸준한 상승세로 수목극 1위를 달리고 있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단막극을 통한 신인 작가의 발굴이 이끌어낸 결과”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올해 KBS에서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의 공통점도 단막극에서 찾을 수 있다. ‘학교 2013’의 이현주 작가, ‘직장의 신’을 각색한 윤난중 작가와 최근 호평 속에 종영한 ‘굿 닥터’의 박재범 작가 등이 모두 KBS 단막극 출신이다.

신인 작가에 대한 파격적인 기용의 결과가 높은 시청률과 작품성으로 인정받고 KBS 내부에서도 자신감을 얻으면서 단막극 작가 발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KBS 2TV 새 수목드라마 ‘감격시대’도 2012년 단막극 공모 최우수상을 받은 채승대 작가가 준비 중이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은 비싼 몸값에도 스타 작가들을 ‘모시기’ 위해 경쟁해왔지만 정작 제작과정에서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캐스팅 권한까지 빼앗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스타 작가들의 새 작품은 자기복제 논란과 시청률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달리 신인 작가들은 창의적인 소재와 실험적인 장르를 시도하며 안방극장에 풍성함을 안기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중 어려운 제작환경 속에서도 유일하게 단막극 체제를 고집하며 신인 작가와 연출자 발굴에 애쓰는 KBS의 노력도 한몫을 했다. KBS TV드라마 단막극 극본 공모전은 1989년 처음 시작해 올해까지 26년째를 맞았다.

신인 작가들의 이 같은 괄목할 만한 성장은 최근 단막극을 부활한 SBS와 MBC에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방송사 드라마국 고위 관계자는 4일 “올해 KBS의 여러 작품을 통해 단막극 존재 이유와 성과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SBS와 MBC에서도 단막극 부활을 위한 공간이 넓어진 만큼 지속해서 제기되던 드라마의 다양성에 대한 갈증도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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