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톱스타’ 엄태웅 "어렸을 때부터 연기할 팔자라 생각”

입력 2013-11-06 0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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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태웅은 “결혼과 육아라는 큰 일을 겪으니 강한 책임감이 생겼다”며 “남자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엄태웅(39)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인터뷰 장소에 15분이나 늦게 온 것이다. 전날 늦은 시각까지 스케줄이 있었는지 물어보자 그는 “아니다. 전날 딸이 밤새 잠을 안 자서 고생했다”며 사과했다. 배우인 그도 집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웃음이 피식 나왔다.

잠시 그에게 결혼과 육아에 대해 물어봤다. 결혼을 하며 확실히 마음이 안정이 됐고 아이를 낳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이어 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촬영장에서도 스태프들에게도 딸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딸 바보’ 엄태웅은 “육아는 힘들지만 정말 예쁘다”라며 인터뷰에서도 딸 자랑을 했다. 한편으로 아내를 많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톱스타’에 출연하게 된 이유도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한참 깨소금 같은 신혼생활을 즐기던 엄태웅 부부는 박중훈과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박중훈은 “신혼을 즐기는데 미안하다”라며 엄태웅에게 톱스타 태식 역을 제안했다. 엄태웅이 맡게 되는 역할이 극단적인 성격이라 연기 때문에 달콤한 신혼생활을 방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직접 엄태웅의 아내에게까지 양해를 구한 것이다. 결국 엄태웅 부부는 박종훈의 정중한 설득에 두 손을 들었다. 그는 “아내가 영화를 찍는 동안 참 많이 격려해줬다. 임신 중이었는 데도 신경을 많이 못 써줘 미안했다”라고 했다.

엄태웅은 ‘톱스타’에서 배우를 꿈꾸며 매니저 생활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톱스타 반열에 오른 태식 역을 맡았다. 순박한 이미지로 출발한 그는 오만과 쾌락에 젖어들다가 벼랑 끝 위기에 몰리며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간다. 자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 이야기를 연기하며 지난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예전의 제 모습이 많이 떠올랐어요. 레드 카펫을 걷는 선배들의 모습을 부러워했던 날, 처음으로 팬에게 사인 해줬던 날 등이 생각이 났어요. 그 때의 감정을 지금 느끼니 좋더라고요.”

또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연기를 할 팔자라고 생각했다. 취업전선에 뛰어든 친구들을 보면서도 배우를 하려고 버티기도 했고 허황된 꿈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끈기 없는 내게 연기는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삶의 절정을 느끼다가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스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엄태웅은 “누구나 다 인생에서 희로애락을 겪듯이 우리 영화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단순히 연예계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요. 누구나 야망을 가지고 살고 있잖아요. 단지 소재가 연예계였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 이야기는 어디선가 보고 들었을 법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배우 엄태웅.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톱스타’는 배우 박중훈이 오랜 시간동안 기획하고 제작해 만든 영화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인들은 박중훈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를 몇 년 전부터 주목해왔다. 엄태웅이 본 박중훈은 어떤 감독이었을까.

“정말 좋았어요. 감독님은 연출자로서의 능력이 뛰어나신 분이에요. 28년 간 배우생활을 했다고 해서 아무나 연출을 할 수는 없거든요. 게다가 주연배우부터 신인배우까지 연기지도를 다 해주셨어요. 촬영시간이 얼마나 귀해요. 빨리 찍어야 할텐데 연기 모니터와 지도를 직접하는 열정을 보여주셨어요.”

선배 박중훈을 보며 혹여 엄태웅도 연출가의 꿈을 꾸지 않았을까. 그는 단박에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해 봤지만 못 한다. 홈비디오 정도면 모를까…하하. 감독은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며 웃었다.

엄태웅은 영화 뿐 아니라 예능 ‘1박 2일’을 통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드라마 영화 등에서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엄포스’라는 호칭을 받았던 그도 예능에서만큼은 ‘엄순둥’이라는 별명을 갖고 친근함 있는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예능을 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엄태웅은 언제나 미안하기만 하다. 그는 “예능에서 나오는 성격과 실제 성격이 달라 다가오는 팬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함과 불편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면 되게 쑥스러워해요. TV에서 보는 것만큼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해요. 그래서 죄송함과 불편함이 늘 마음속에 자리해요.”

엄태웅은 다시 스크린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아직 작품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작품이 있다.

“글쎄, 또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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