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콘서트 더 쇼’ 신승훈, 발라드의 황제는 죽지 않았다

입력 2013-11-0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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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순간 때문에 가수를 하는 가 봅니다.”

팬들의 환호에 등장과 함께 내뱉은 신승훈의 첫 마디다.

신승훈은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2013 더 신승훈 쇼-그레이트 웨이브’를 열고 오랜만에 팬들을 만났다.

올해로 데뷔 23주년을 맞이한 신승훈은 신승훈 ‘미소 속에 비친 그대’와 ‘아이 빌리브’로 공연의 문을 열며 “사람의 관계가 포도주 같다더라. 우린 가치를 매길 수 없는 23년 산 포도주와 같은 음악으로 이렇게 마주했다”고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비와 관련한 노래가 많아서일까. 신승훈 공연엔 늘 비가 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날 역시 비가 내렸다. 빗방울과 함께 수다가 시작됐다. 신승훈은 “어떻게 하면 공연이 팬들의 기억에 남을까 고민했다. 꽃가루 대신 지폐를 뿌리면 기억에 남을까 생각했다”고 농을 던지며 초반 분위기를 풀어 나갔다.

그는 “92년도에 가장 큰 공연장인 이곳에서 공연을 했는데 오늘 다시 하게 됐다. 나 참 잘한 것 같다. 잘 해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연륜 짙은 그의 말에 1만여 명의 팬들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 공연장에는 30대 이상 여성팬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20년 전 ‘오빠’를 외치던 소년들이 어느덧 아이를 가진 40~40대가 된 것. 이날 신승훈은 공연 내내 “그때 그 소녀 팬들은 다 어디에 있냐”며 그리움을 표했다. 하지만 공연장에는 그 소녀들 대신 신승훈의 팬을 자처한 남성 및 현재 고등학생 팬들, 일본에서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팬들이 찾아 목청 높여 신승훈을 응원했다.


▶ 23년 산 신승훈 음악에 1만 명이 흠뻑 취하다

신승훈은 팬들에게 빗소리 만들어 달라 요청하며 ‘오늘같이 이런 창 밖이 좋아’를 열창했다. 팬들은 손가락 네 개로 다른 한 쪽 손바닥을 쳐 빗소리와 유사한 소리 만들어 신승훈과 하나 되는 무대 만들었다.

이날 신승훈은 지난 10월 23일 발매한 미니앨범 프로젝트 완성판인 ‘그레이트 웨이브’의 타이틀곡 ‘쏘리’를 비롯해 ‘내가 많이 변했어 ’ 등의 수록곡을 차례대로 선보였다.
그는 6년간 프로젝트 미니앨범 3장을 발매하며 지난 음악생활을 집대성하고 앞으로의 음악 생활에 대한 반환점을 돌았다. 그는 발라드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하며 국민 가수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런가 하면 ‘가잖아’ ‘그 후로 오랫동안’ ‘처음 그 느낌처럼’ ‘보이지 않는 사랑’ ‘가을빛 추억’ 등을 열창했다. 비가 오는 이날 신승훈의 발라드곡은 팬들의 귀와 가슴에 촉촉이 스며들었다.


▶ 변화와 성장, 신승훈은 이제부터 시작

신승훈의 공연에는 신승훈의 주옥같은 발라드 이외에도 볼거리 등이 다양했다. 신곡 ‘그랬으면 좋겠어’에서 호흡을 맞춘 라디와 ‘러브 윗치’의 버벌진트가 등장해 콘서트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신승훈의 콘서트 역사상 최초의 게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또 오케스트라와 60인조 합창단이 가세해 100여 명의 무대 출연진이 풍성한 무대를 연출했다. 신승훈은 이들과 여운이 깊은 곡으로 애잔함을 더하는가 하면 복고 댄스를 선보이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더했다.

히트곡 ‘엄마야’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기립해 추억의 댄스(?)를 선보였다. 13년째 이어져 오는 율동에 장내 온도가 후끈 올라갔다. ‘엄마야’로 분위가가 ‘이렇게 달아오를 수 있을까’ 싶었지만, 필(Feel)은 아이돌 가수나 록 가수 부럽지 않은 상황이 연출됐다.

2004년부터 브랜드화 된 신승훈의 콘서트 ‘더 신승훈 쇼’. 23년 숙성 음악에, 날 것 그대로의 감성, 늙지 않는 소녀 팬들의 삼박자가 건재하는 한 ‘쇼’는 계속될 것 같다.

한편 ‘2013 더 신승훈 쇼’ 서울 공연을 마친 신승훈은 오는 12월 25일과 26일 양일간 지난 2011년 이후 약 2년 만에 콘서트를 개최한다.

올림픽공원|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도로시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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