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18년 동안 16번의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V리그 남녀부 13개 구단 중 상당수가 삼성화재 출신 지도자로 채워지고 있다. 삼성화재의 승리DNA를 심기 위함이다. 스포츠동아DB
V리그 남녀부 구단에 감독만 3명 활약
코치진까지 포함시키면 절반 넘는 비중
훈련·컨디션 조절 등 우승 노하우 배워
삼성화재 ‘분업화배구’ 대부분 벤치마킹
삼성화재는 배구계의 지도자 사관학교로 불린다. 실업배구와 V리그를 포함해 18년 동안 16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한 덕분에 각 팀에서 삼성화재 출신들을 많이 찾는다. 다른 팀 출신보다는 우승 DNA와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V리그 남녀부 13개 구단 가운데 삼성화재 출신은 절반 이상의 팀에 있다. 감독만 해도 한국전력 러시앤캐시 도로공사 등 3팀이다. 라이벌 현대캐피탈에도 삼성화재 출신 코치가 이번 시즌부터 활동하고 있다. 이들 삼성화재 출신 코치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지금 삼성화재에서는 무엇을 했냐”다.
훈련 방법이나 컨디션 조절, 장기 레이스 운영방법 등 신치용 감독이 만들어온 커리큘럼을 몸으로 익힌 제자들에게 노하우를 물어본다고 한다. 신 감독의 우승공식은 알게 모르게 여러 팀에 퍼져 있다. 외국인 선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분업화 배구도 ‘몰빵’이라며 손가락질 했지만 대부분 따라하고 있다. 철저한 생활관리도, 혹독한 훈련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삼성화재 출신들이 지도자로 잘 나가는 것은 그만큼 역량을 인정받기 때문이지만 신 감독의 음덕도 크다. 배구계에서 신 감독의 추천서라면 어디서든 통한다. 물론 추천서를 그냥 써주지는 않는다. 신 감독은 “아무리 청탁을 하고 위에서 부탁을 해도 그 장소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물이 아니면 절대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진식의 친정팀 코치 복귀로 공백이 생긴 홍익대 감독은 성균관대의 박종찬 감독이 결정됐다. 신 감독이 써준 추천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찬 감독이 떠난 성균관대 사령탑은 김상우 KBS해설위원이 맡았다.
삼성화재 출신들은 시즌 개막을 앞두면 해마다 단합대회를 한다. 그 자리에서 흥국생명 김구철 수석코치는 스승에게 훈련방법의 노하우를 물었다. 시즌 도중 체력강화 훈련을 꺼려하는 여자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힘들어도 해야 결국에는 좋아진다. 선수 때 그것을 경험하지 않았냐?”가 신 감독의 대답이었다. 김 코치는 선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밤에 라면 같은 야식을 먹지 못하도록 하면서 감량을 시켰다. 시즌중이지만 체력강화용 스피드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이번 시즌 5차례 풀세트 접전을 벌인 흥국생명은 체력이 좋아졌고, 수비도 탄탄해 졌다. 11일 현재 팀 디그와 서브리시브 부문에서 2위를 달리는 것은 김 코치의 노력 덕분이다.
신 감독은 최근 성균관대 김상우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우야 삼성화재 출신 가운데 요즘 XX가 유일하게 놀고 있더라.” 마침 새 코치를 물색하던 김 감독은 스승의 말을 듣자마자 움직였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삼성화재의 힘은 무섭다. 앉아서 배구계를 꿰뚫고 있다는 신 감독의 놀라운 정보력은 이처럼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신 감독은 10일 제자 김세진 감독이 지휘하는 러시앤캐시와 경기에서도 2-0으로 앞선 3세트 선수들을 채근해가며 완승을 거두려고 했다. 결코 봐주지 않았다. “나와의 인연을 믿지 말고 네 자신의 실력을 믿으라”는 평소 발언처럼 제자에게 실력으로 나를 넘어서라는 교훈을 보여줬다. 연습경기 때도 지면 선수들에게 힘들게 뺑뺑이를 돌렸던 감독이었다. 오직 승리를 향한 그 놀라운 집념이 지금의 삼성화재를 만든 원동력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