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돌아왔다” 넌센스 결정판 ‘넌센스잼보리’

입력 2013-12-20 16: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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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낼 게요.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성경은 무엇일까요?"
"설마 에베소서라고 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딩동댕!"

“그럼, 예수님은 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을까요?”
“엄마가 ‘마리아’(말이야)!”

뮤지컬 '넌센스 잼보리'에서 신부와 수녀의 대화 한 토막이다. 물론 웃기려고 하는 소리다. 관객들은 그야말로 박장대소하고 만다.
'넌센스 잼보리'는 다섯 명 수녀들의 좌충우돌 스토리로 전 세계 관객들의 배꼽의 안녕을 위협했던 뮤지컬 '넌센스'의 후속작이다.
미국의 극작가 단 고긴은 '넌센스'(1985)이 대박을 터뜨리자 9년 만인 1994년에 '넌센스2'를 세상에 내놓는다. '넌센스 잼보리'는 '넌센스2'에 이어 태어난 세 번째 넌센스 시리즈다.
넌센스 잼보리가 우리나라 관객과 만나는 것은 무려 7년 만이다. 2003년에 한국 초연돼 크게 흥행했다. 작품도 좋았지만 출연진도 기름기가 자르르 흘렀다. 전수경, 박해미, 김선경, 김미혜가 수녀로 출연했고, 류정한이 신부로 무대에 섰다.
지금도 다시 모을 수 없는, 황금의 라인업이다.

'넌센스 잼보리'를 7년 만에 무대에 올린 넌센스컴퍼니는 오로지 '넌센스' 한 작품에 올인하고 있는 독특한 컴퍼니다. 넌센스컴퍼니 측은 "'넌센스'를 사랑하는 팬들로부터 그 동안 '넌센스 잼보리는 언제 볼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깊은 고민 끝에 비장한 각오로 '넌센스 잼보리'를 공연하기로 결정했다"고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넌센스 잼보리'는 '넌센스'의 이후 이야기를 다룬다. '넌센스'에서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가 유명 컨트리가수였던 자신의 과거를 되찾은 엠네지아 수녀가 중심이다. 엠네지아 수녀와 다른 수녀들이 함께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잼보리' 구성의 뼈대다. 여기에 수녀들만 등장했던 '넌센스'와 달리 왕년에 DJ였던 끼가 넘치는 훈남 신부가 가세해 재미를 더해 준다.

'넌센스'의 전매특허라 할 뒤집어지게 웃긴 대사와 등장인물들의 개인기는 '잼보리'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의 윌헬름 간호원장(한때 콜걸 역의 영화배우였다), 버질 신부, 엠네지아 수녀, 로버트앤 수녀(10대 시절 밴드활동을 하다가 일이 꼬여 소년원을 다녀왔다), 레오 수녀(견습수녀로 발레리나였다)의 ‘4수녀 1신부’가 숨 쉴 틈없이 관객들을 웃음으로 몰아붙인다.

엠네지아 수녀를 맡은 강민혜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놓치지 말 것.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워낙 가까운 데다 틈만 나면 배우들이 객석으로 나와 '함께 노는' 재미도 쏠쏠하다.

모든 배우들이 신나게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부르는 피날레 넘버 '다른 사람에게 먼저 베풀라'는 타이틀곡인 '넌센스 잼보리' 못지않게 인기가 있는 곡이다.
보고 있으면 어쩐 일인지 사는 게 재미있어지는 작품. 그러고 보면 '넌센스'는 은근히 '센스'있는 작품이 아닐까.
12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센터K 세모극장에서 공연한다. 막 내릴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서둘러 예매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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