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국밥집 아지매, 중고신인 마음으로 덤볐죠”

입력 2014-01-0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연일 흥행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영화 ‘변호인’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김영애. 나이는 숫자일 뿐, 스스로 “여전히 철이 들지 않았다”며 소녀처럼 앞으로도 변신하고 싶다는 ‘열정’을 드러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 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800만 돌파 영화 ‘변호인’ 김영애

‘귀족적 이미지 탈피’ 작정하고 선택
아들 면회 장면땐 기절할것 같았는데…
명장면? 내가 보기엔 많이 부족했죠

췌장암 수술 후 연기 갈등 더 커져
여자는 일흔이 되어도 여자…
멜로, 다시 한번 하고 싶어요


연기하며 살아온 시간이 43년에 이른, 환갑을 훌쩍 넘긴 이 여배우는 말한다.

“정말 연기를 잘 하고 싶다.”

눈가에 진 주름 뒤 눈동자는 눈물이 어린 듯 반짝거렸다.

“난 잘 하는 게 없었다. 이기적인 엄마였다. 음식도, 살림도 못하는. 그게 근원적인 결핍을 낳은 것 같다. 그래서 연기를 큰 복으로 여긴다.”

‘연기 좀 한다’면서 어깨에 힘주는 배우가 더 많은 세상. 배우 김영애(63)는 마치 소녀처럼 수줍게 웃으며 “변신하고 싶다”고 했다. 출연하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카리스마 강한 개성을 보여주는 그이지만 대중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여전히 갈증을 느끼는 듯했다.

영화 ‘변호인’은 그런 김영애가 ‘작정’하고 나선 작품이다. “여기, 괜찮은 중고 신인배우 한 명 있어요,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그가 가진 ‘작정’이자, ‘의도’였다.

“‘로열패밀리’나 ‘해를 품은 달’ 같은 드라마로 귀족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가 생겼다. 그 색을 지우고 싶었다. 또 하나! 송강호가 하는 영화는 늘 화제잖아. 그런 송강호에게 묻어가려고 했다. 하하!”

영화가 담은 메시지 탓에 혹시 벌어질지 모를 논란을 우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래도 변신하고 싶었다.”

그는 그렇게 ‘변호인’을 택했고, 엄혹했던 1980년대의 폭력과 격랑에 휘말린 국밥집 아줌마로 나서 8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과 소통을 이뤘다.

“영화에서 고문 받은 아들(임시완)과 처음 대면하는 장면이 있다. 정말 기절할 것 같은 감정이었는데, 영화에선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더라. 부족해 보였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도 ‘변호인’을 본 관객 가운데 바로 이 ‘면회 장면’을 첫 손에 꼽는 이들도 여럿이다. 이런 반응은 김영애도 실감한다.

“영화를 본 주위 사람들이 모두 전화를 해온다. 일년에 겨우 한두 번씩 연락하던 사람들까지도.(웃음)”

영화가 담아낸 1980년대를 살아오기는 김영애도 마찬가지.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이란 말부터 나왔다.

“그때 난 사회성이 부족했다. 집 아니면 연기뿐이었지만 세상이 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걸 안 건 그 때였다”

마침 그의 고향은 부산(영화 속 배경도 부산)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하루에 할당된 천자문을 외우지 못하면 부친에게 회초리를 맞곤 했다는 그는 “숨이 막히던 시절이었다”면서도 “어느 날 우리 아들에게 내가 똑같이 하고 있더라, 난 엄마로선 낙제였다”고 연민에 찬 모습도 드러냈다.

두 번의 이혼, 그리고 한때 승승장구하던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김영애는 비로소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알았다. 2년 전 췌장암 수술을 받고나선 연기에 대한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멜로는 그가 욕심을 내는 장르 중 하나다.

“여자는 일흔이 돼도 여자다. 나이 든다고 덜 느낀다고? 아니다. 더 깊이, 더 섬세하게 느낀다.”

김영애는 스스로를 “여전히 철이 들지 않었다”고 말한다. 때때로 ‘소녀 같다’는 말도 듣는다. “철 안 드는 건 타고난 것 같다”고 웃는 그는 췌장암 수술 경험까지도 마치 ‘소녀’처럼 꺼냈다.

“의사들이 배를 이∼만큼 찢어야 한다는 거야. 아픈 것보다 흉터 자국이 더 걱정이었다. 췌장부터 십이지장 같은 장기의 일부를 떼어내는 대수술인데도 흉터 걱정하는 나한테 의사들이 그러더라, 소녀라고.(웃음)”

카리스마와 소녀의 감수성을 오가는, 63세의 이 여배우는 자신의 표현대로 ‘괜찮은 중고신인’으로 스크린에서 그 묵직한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