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석 “이제 마라톤 10km 지점, 지금부터 내 페이스”

입력 2014-01-0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진짜’ 스타가 됐다. 10년의 기다림이 있었지만 유연석은 “이제야 내 페이스를 찾아가는 시점”이라며 미래를 더욱 기대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un

■ 유연석, 드라마 ‘응사’를 마치고…

‘올드보이’ 데뷔후 10년의 기다림
‘응사’ 칠봉이로 폭발적 인기몰이
벌써 ‘은밀한 유혹’ 등 차기작 선택
“이제야 뭔가 해볼만한 시점이다”


서른을 기다렸다. “남자 배우는 서른부터”라던 선배들의 말을 믿었다.

데뷔작인 ‘올드보이’(2003년)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상승세를 지켜보면서 “너는 왜 아직도 그대로냐”던 주변의 핀잔에도 ‘서른이 되면 좋은 냄새를 풍길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10년 동안의 묵묵한 노력은 지난해, 서른을 맞은 유연석에게 최고의 선물로 ‘응답’했다. 유연석은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에서 대학 야구 최고의 투수에서 메이저리거로 거듭나는 투수 ‘칠봉’이자, 여주인공 성나정(고아라)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펼쳐놓으며 김선준을 연기했다. 특히 칠봉이와 성나정, 쓰레기(정우)의 삼각관계는 여성 시청자들을 ‘칠봉이파’와 ‘쓰레기파’로 양분시킬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고, 이들의 결말은 마지막 회까지 긴장감을 선사했다.

데뷔 이래 가장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유연석은 종영 후 인터뷰에서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다소 의외의 소감을 털어놨다.

“실제 나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였지만 가장 힘들게 연기했다”고 말문을 연 그는 “배우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다보면 스스로 ‘아, 내가 연기를 잘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칠봉이는 비슷한 부분이 많아 그런 느낌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만족감이 크지 않아서 연출자 신원호 PD에게 힘들다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평소 모습을 칠봉이에 녹여 내고 있다는 작가들의 격려와 예능프로그램 PD 출신답게 현장을 늘 유쾌하게 이끈 신 PD 덕분에 혼자 끙끙거리던 마음의 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는 쓰레기에게 큰 자극제이자 터닝 포인트였다. 긴장감이 흐르던 두 사람의 캐치볼은 쓰레기가 성나정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큰 계기이자, 칠봉이의 ‘정면승부’를 뜻하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실제 유연석에게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바로 군대 복무기간 2년. 공무원인 아버지에게서 자라나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고, 대학입시도 한 번에 붙는 등 그 이전까지 큰 고비는 없었다. 하지만 첫사랑에 대한 아픔과 군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겪으면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제대하고 나니까 연출을 공부한 대학 동기들이 그러더라. ‘너, 눈빛이 확실히 바뀌었다. 이제는 연기를 좀 해도 될 것 같다’고.(웃음)”

군 시절 아버지에게서 받은 50년 된 라이카 카메라와 작동 원리가 쓰인 다섯 권의 영어 원서는 어쩌면 수차례 흔들릴 수도 있었던 유연석의 10년을 꽉 붙잡아 준 고마운 존재다.

“개인적으로 많은 취미가 있는데 특히 카메라와 사진은 연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환기시킬 수 좋은 계기가 됐다.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면서 아버지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점이 좋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어서 형처럼 아버지의 술친구는 못 되어 드리지만 사진으로 많은 감정을 공유한다.”

마치 10년이라는 시간에 비례하듯, 유연석은 자신의 위치를 마라톤의 10km 지점쯤이라고 표현했다.

“이제 무언가 해볼 만한 시점. 10km 전까지 육체적인 고통에 힘들어 하고, 페이스가 흔들렸다면 이제는 내 페이스를 찾아가는 그 시점이 아닐까.”

‘응답하라 1994’ 이후 이미 영화 ‘상의원’과 ‘은밀한 유혹’을 차기작으로 선택하며 연기력과 인지도, 인기를 증명 받은 유연석은 다음 행보에 대해 ‘그대로’라는 의미심장한 단어를 꺼냈다.

“칠봉이에 대한 사랑은 단지 ‘응답하라 1994’에 대한 관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연기한 많은 캐릭터의 레이어(층)가 쌓인 결과가 아닐까. 그래서 올해는 내가 10년 넘게 해왔던 대로 연기하는 게 목표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도 주변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