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설날에 또 뛰어? 누굴 위한 아육대인가

입력 2014-0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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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MBC

■ 방송국만 원하는 ‘아육대’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일까.

MBC 명절 특집 프로그램 ‘아이돌 스타 육상선수권대회’(아육대)가 이달 말 설날 연휴에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방송 때마다 일부 출연자들의 부상, 의상의 선정성, ‘팬덤’ 경쟁 등으로 매번 논란에 휩싸이지만 방송사 측에서는 자사를 상징하는 프로그램으로 편성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100명이 넘는 아이돌 스타들과 그들을 관리하는 소속사 입장에서는 ‘아육대’가 반갑지만은 않다.

2010년 추석 특집으로 첫 방송한 ‘아육대’는 아이돌 스타들이 육상, 수영, 수중발레, 양궁, 풋살 등에 도전하며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2AM 조권은 빠른 발로 ‘깝사인볼트’의 애칭을 얻었고, 씨스타의 보라는 높이뛰기·100m 달리기·양궁 등 여러 종목에서 발군의 실력을 과시해 ‘체육돌’로 불리기도 했다. 무대 밖 아이돌의 승부욕과 숨겨진 운동 실력을 보는 재미가 컸고, 음악으로 큰 화제를 모으지 못했던 일부 아이돌은 이를 통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이돌이나 소속사 입장에서는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출연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응원 과열 양상으로 팬들끼리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미비한 안전대책으로 부상을 당한 아이돌은 활동에 차질을 빚었다. 팬들도 관람할 수 있었던 지난해 추석 풋살 경기는 새벽까지 녹화가 진행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에어로빅에서 돌연 컬링으로 종목을 바꿔 원성을 샀다. 출연을 전달받은 걸그룹들은 1월 컴백이 예정됐던 팀들이 대다수라 이들은 스케줄을 쪼개 의상을 맞추고 강사를 초빙해 연습을 시작했지만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

출전하는 아이돌은 ‘본업’에까지 악영향을 받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결국 방송사만의 축제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되기 위해서는 시청자와 방송사, 주인공인 아이돌 스타들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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