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벌금 룰’ 만든 봉중근 반칙사건

입력 2014-0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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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이 ‘비활동기간 팀 훈련 금지’ 규정을 강화했다. LG 봉중근(사진)이 지난해 12월 재활훈련을 진행하던 사이판에서 계형철, 김인호 코치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규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 계기였다. 스포츠동아DB

■ 비활동기간 팀 훈련 금지…구단들 뜨거운 신경전

Why?

작년 12월 사이판으로 개인 재활훈련 떠난 봉중근
SNS에 띄운 사진 속 LG 코치 모습 찍혀 위반 논란

단장회의, 1월15일 전 팀훈련 적발땐 1억 벌금 합의
9일 사이판 가려던 이용규·최진행 KBO 압박에 연기


‘비활동기간 팀 훈련 금지’ 규정의 준수와 위반 여부를 놓고 프로야구 9개 구단이 연말연시에 뜨거운 신경전을 주고받고 있다.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9개 구단 단장들은 지난해 12월 열린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강화된 징계 조항까지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14일 사이에 구단 차원에서 선수의 훈련을 돕다가 적발되면 벌금 1억원을 물리기로 합의한 것이다. 또 해당구단 상조회에도 별도의 벌금을 부과해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강하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최근 수년 새 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보조를 맞춘 결과물이다.

KBO와 9개 구단의 합의안에 따르면, 규제 기준도 한층 엄격해졌다. 12월에는 재활선수에 한해 트레이너를 동반한 해외 캠프를 허용했지만, 1월에는 이마저도 금지했다. 1월 14일 이전에 선수가 해외에서 훈련하려면 선수 홀로 자비를 들여 떠나는 개인 캠프만이 유일한 방편이다. KBO와 구단들이 이처럼 비활동기간 팀 훈련 금지 규정을 강화한 계기는 LG 투수 봉중근이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됐다.


● ‘벌금 1억원 제도’ 탄생시킨 페이스북 사진

봉중근은 지난해 11월 말 동료 투수들과 함께 재활훈련 차 사이판으로 떠났다. 재활 목적이라 12월까지 훈련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12월 봉중근이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을 올렸는데, 여기에 LG 계형철-김인호 코치의 모습이 담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12월에 코치가 선수의 훈련을 지원하면 비활동기간 팀 훈련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LG는 “사진은 11월 27일 사이판 산에 올라갔을 때, 팬들의 요청으로 찍은 것이다. 코치들은 11월 30일 귀국했다. 사진을 올린 시점이 12월이라 오해를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사진을 통해 규정 위반 정황을 포착한 KBO와 일부 구단은 그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12월 실행위원회에서 이 사안이 안건으로 다뤄졌고, 규제 기준과 벌칙 강화로 이어졌다.


● 규정 위반 논란에 한발 물러선 한화

KBO는 2013시즌이 끝난 뒤 비활동기간 팀 훈련 금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경고했다. 각 구단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규정 준수를 촉구했다. 이 때문에 올 1월 초 서둘러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려던 일부 구단들은 일정을 취소하고, 규정에 맞춰 1월 15일 이후 출발하기로 했다. 이 와중에 한화는 9일 이용규와 최진행 등이 트레이너를 동행해 사이판으로 재활훈련을 떠난다는 스케줄을 발표했다. 15일 이전 트레이너 동행 해외 캠프는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이에 KBO는 한화를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한화는 ‘트레이너는 안 데려간다’로 바꿨다가 ‘출발일자를 15일로 늦춘다’고 거듭 물러섰다. KBO 관계자는 8일 “그 어느 때보다 비활동기간 팀 훈련 금지가 잘 지켜졌다. 구단끼리의 감시가 강해졌다”고 밝혔다. 훈련 규정 위반 여부를 놓고 구단들 사이에 달아오른 신경전으로 2014시즌의 막은 이미 올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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