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EXO) 팬들, 대기업 상술에 상처…주최 측 미숙한 진행으로 ‘무법천지’ 행사로 변질

입력 2014-01-15 13: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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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남성그룹 엑소(EXO)와 팬들이 대기업 이동통신사의 상술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SK텔레콤 ‘T월드’ 신사 직영점에서는 SK텔레콤의‘눝(누+ㅌ), 엑소(EXO)가 준비한 특별한 선물’이라는 타이틀로 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약 500여명(경찰 추산)의 엑소 팬들이 몰렸다. 신사 직영점 앞의 인도와 도로는 엑소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같은 인기는 엑소가 대세 아이돌 그룹임을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주최측인 SK텔레콤의 미숙한 진행으로 많은 인원의 엑소팬들이 좁은 인도에 갇히게 됐다. 이어 팬들이 인근 대형도로까지 넘쳐나게 되자 급기야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주최 측은 팬들의 안전과 영업방해를 우려해 예정돼 있던 포토월을 통한 팬들과의 만남을 취소시켰다.

많은 팬들이 몰린 이날 행사를 집행한 스태프는 사설 경호인력을 포함에 단 20여 명에 불과했다.

이에 정확한 공지없이 SK텔레콤의 팬사인회 소식을 듣고 찾아온 엑소팬들은 크게 실망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자신들의 우상인 엑소를 보려고 적게는 수시간, 많게는 하루 이상을 기다린 소녀들에게 대기업인 SK텔레콤이 상처를 입힌 것이다.

이날 현장에 있던 엑소의 한 팬은 동아닷컴에 “엑소의 사인을 받기 위한 조건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100만원 상당의 휴대폰을 오후 1시 이전에 개통하는 사람들에 한해 선착순 100명에게 엑소의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줬다”고 말했다.



동아닷컴이 확인한 결과 SK텔레콤이 팬들에게 직접 밝힌 팬사인회의 내용 중 일부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먼저 SK텔레콤은 14일 보도자료 통해 “이날 행사는 ‘눝’의 지속적인 고객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SK텔레콤 ‘T월드’ 신사 직영점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팬사인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행사 전에도 SK텔레콤은 공식사이트와 SNS를 통해 팬사인회 공지와 함께 ‘눝, EXO가 준비한 특별한 선물 이벤트’는 1월 3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약 3주간 진행되며, 엑소 멤버들이 직접 제작 및 포장 과정에 참여한 엑소 스페셜 패키지 1000개를 준비했다고 알렸다.

해당 수량은 전국 전국 ‘T월드’ 매장을 통해 SK텔레콤 신규/번호이동/기기변경 선착순 제공되며, 이 외에도 ▲SK텔레콤 '눝 앱' 내 '눝 딜' 응모자(100개) ▲SK텔레콤 공식 SNS 페이지 내 영상 댓글 참여자(200개) ▲SK텔레콤 새해소망이벤트 참여자(200개)들에게 500개의 수량이 추가 제공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내용을 공지로 전하면서 SK텔레콤은 구체적인 시간과 인원을 명시하지 않아 팬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T월드’ 신사 직영점에서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팬사인회를 진행한다는 모호한 내용으로 이벤트를 진행했다.

오로지 신사 직영점 앞의 POP광고를 통해 구매 고객중 추첨을 통해 팬사인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알렸을 뿐이다. POP광고도 팬들에게 알려준 정보와는 사뭇 달랐다. 팬들이 몰리고, 수가 빠르게 늘었음에도 공지만 올렸을 뿐 후속 공지나 대응책을 준비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행사는 이 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점을 내포했다.

주최 측의 허술한 행사 진행으로 자칫 수백여명의 팬들과 취재진이 좁은 인도로 몰아 넣어 지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할뻔 했다. 다행히 행사를 취소 시켰지만 주최 측은 전날 이미 100여 명이 팬사인회에 참가하기 위해 직영점 앞에서 기다린 상황을 목격하고도 경찰에 14일 행사에 200여명이 몰릴 것이라고 신고해 물의를 빚었다.

아울러 이날 직영점 인근의 상인들은 주최 측이 통제에 실패하면서 상가 앞 인도가 팬들에게 점거당해 수시간여에 걸쳐 영업적인 손실을 봤다. 몇몇 상점 주인들은 SK텔레콤에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 출동한 경찰 관계자는 “개인 행사라 집회 신고는 필요없었다. 하지만 전날 200여명 정도가 참석할 것이라고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을 했지만 신고 내용보다 인원이 훨씬 많은 500여명이 몰려 들었다”고 밝혔다.

사진 |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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