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스테보 신분세탁 떳떳? 꼼수 근절 위해 규정 손봐야

입력 2014-01-1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테보. 스포츠동아DB

예를 들어 재벌회장 아들이 국제중학교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중 한부모 가정 자녀 자격으로 응시해 합격했다 치자. 재벌회장은 몇 년 전 이혼해 아들은 한부모 가정 자녀가 맞다. 하지만 이 전형은 소외계층 학생을 배려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재벌 아들의 합격은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지만 비판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전남 드래곤즈가 6일 외국인 공격수 스테보(사진)를 임대 영입한 것에 대해 말이 많다.

수원은 2011년 7월 이적료를 주고 스테보를 데려왔고, 스테보는 작년 7월 일본 쇼난 벨마레로 떠났다. ‘국내클럽에서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한 외국인 선수는 해외클럽으로 이적해도 3년 내 국내 타 클럽으로 오면 해외이적 직전 국내클럽에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라 올 겨울 스테보를 데려가는 팀은 수원에 이적료를 줘야 한다.

전남은 완전이적이 아닌 임대는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스테보는 쇼난 벨마레와 계약해지 후 크로아티아 2부 리그 인테르 자프레시치와 계약했고, 전남은 인테르 자프레시치로부터 스테보를 무상임대 받았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검증받은 정상권 공격수가 2부 팀에 갑자기 이적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데 2년이라는 긴 시간을 공짜로 빌려준다니. 법망을 피해 스테보 신분을 세탁했다는 의혹이 짙다. 전남에 앞서 A구단도 작년 말 스테보와 협상을 했고, 임대형식으로 이적료를 안 주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A구단은 ‘꼼수는 싫다’며 거절했다. 그런데도 전남은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으니 떳떳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물론 허점 있는 규정을 만든 프로축구연맹도 잘못이 있다. 또 계약이 끝난 선수에 대해 원 소속 구단이 이적료를 받는 부분도 비합리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완벽한 제도는 드물다. 그 문제점은 구성원들의 상식과 양심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니까. 이번 사태는 허점을 만든 프로축구연맹과 이를 교묘하게 이용한 전남 모두의 잘못으로 비롯됐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꼼수를 막기 위해 보완장치를 마련하거나 현실에 맞게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잘 살펴보면 편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허술한 규정이 몇 개 더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전체적으로 곧 손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