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정동호 “울산서 첫 외박…부모님이 더 좋아했죠”

입력 2014-0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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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수비수 정동호는 2009년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만 뛰다가 5년 만에 국내 무대를 밟았다. 그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정동호가 서귀포 호텔 앞에서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귀포|박상준 기자

■ 고교 졸업 5년 만에 마침내 K리그 정착 정동호

청소년·올림픽대표로 일찌감치 두각
J리그 진출 이후 방황…울산 품으로

“동료들과 한국어 대화…정말 좋네요
‘절친’ 김승규, 챙겨달라니 튕기는 척”

K리그 무대로 오는데 무려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로 활약하며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었다. 해외무대로 눈길을 돌렸다. 2009년 부경고를 졸업하고 일본 J리그의 명문 요코하마 마리노스에 입단했다. 조금씩 출전 기회를 잡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년째 방황이 시작됐다. 새로 바뀐 감독은 정동호(24)를 외면했다. 이때부터 본의 아닌 방랑자가 됐다. 일본 2부 리그 가이나레 돗토리와 항저우 그린타운(중국)에서 뛰었다. 작년 요코하마로 복귀했으나 설 자리는 없었다. 국내복귀를 모색했고, 울산 현대 조민국 감독이 그를 품었다. 측면 수비수 정동호는 그렇게 한국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전훈 중인 울산 구단을 찾아 15일 숙소에서 정동호를 만났다. ‘말띠’ 정동호는 청마의 해를 맞아 “말처럼 열심히 뛰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 어머니의 웃음


-한국 무대에 오기까지 5년이 걸렸다.

“외국에서 오래 있다보니 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른 거 같아요. 동료들과 편하게 한국어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말한다는 게 생소하기도 하고 정말 좋네요.”


-부모님이 크게 반기셨을 거 같은데.

“많이 기뻐하셨죠. 외국생활 동안 잘 못 나오셨어요. 여건이 안 됐거든요. 집이 부산인데 울산까지 가까우니까 경기 보러 오실 수 있다고 좋아하셨어요. 울산에서 첫 번째 외박을 받고 집에 갔는데 이렇게 와서 잘 수도 있고 좋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외국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거 같은데.

“혼자도 있어보고 한국인 동료와도 함께 지내봤는데 정말 천지차이에요.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의지할 수 있잖아요. 요코하마에선 (김)근환이형, 항저우에선 (김)동진이형이랑 같이 있었죠. 특히 동진이형은 제 덕을 봤을 거예요. 오카다 감독님과 형 사이에서 통역사를 해줬으니까요.”


-외롭진 않았나.

“요코하마 진출 첫 해에는 경기도 많이 뛰고 했는데 2년째부턴 그렇지 못했어요. 감독님이 바뀌고 경기 출전이 힘들어졌거든요. 근환이형도 이적해서 없고. 일본어도 안 되니까 점점 어딘가 숨고 싶은 거예요. 제 스스로 어두워지는 느낌이 들었죠.”


-임대로 간 항저우에서 돌파구를 찾았는데.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어요. 제가 중국 갔을 때 생각했던 이미지가 있는데 막상 경기 뛰고 리그 시작하니까 수준이 높더라고요. 클럽간 편차가 큰 편이긴 한데. 제가 뛰는 팀은 환경이 좋았어요. 아넬카, 드로그바, 무리퀴 등과 부딪혀보고 그랬죠. 콘카가 인상에 남는데 화려하진 않지만 중원에서 풀어주는 능력이 정말 좋더라고요.”


-5년간의 해외생활에서 배운 점은.

“다섯 분의 감독님을 겪었는데요. 차츰 나이를 먹어보니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지 방법이나 길을 배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기존 선수들이 있는데 그 자리를 꿰차야 살아남을 수 있잖아요. 긍정하는 법도 배웠고요.”


● ‘절친’ 김승규의 한 마디


-울산 분위기는 어떤가.

“밝고 재밌는 거 같아요. 아는 형들이 없어서 긴장도 했는데 잘 챙겨주시고 해서 잘 적응하고 있어요. 훈련 때 집중해서 하는 모습도 좋고요.”


-김승규와 청소년대표 때부터 인연이 있을 텐데.

“(김)승규랑 많이 친하죠. 울산행이 결정되고 제가 승규한테 전화했거든요. ‘나 좀 잘 챙겨줘라’ 했더니 ‘자기랑 아는 척만 안 하면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튕기기는(웃음). 승규가 잘 도와주고 있어요.”


-K리그 무대에서 뛰는 친구들도 좋아했을 거 같은데.

“(윤)빛가람, (전)현철하고 친해요. 애들이 ‘좋은 팀 가서 로또 맞았다’고 부러워하던데.”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나.

“없진 않죠. 근데 천천히 발맞추고 훈련하고 연습하면 좋아질 거예요. 부담에 메일 필요는 없잖아요. 동료들과 좋은 호흡으로 경기 뛰어야죠.”


-이용, 김영삼과 경쟁하게 된다.

“리그와 팀마다 성격이 다르잖아요. 전 K리그 경험이 전혀 없는 초짜구요. 반면 (이)용이형이나 (김)영삼이형은 경험 많고요. 많이 배우고 적응하다보면 기회가 오겠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데.

“조별리그에서 요코하마랑 만났어야 했는데. 울산 유니폼 입고 일본이나 중국 팀들과 경기하면 정말 색다를 거 같아요. 조별리그 통과해서 요코하마랑 만나면 진짜 죽기살기로 한번 뛰어보고 싶어요(웃음).”


-몸 상태는 어떤가.

“작년 경기를 많이 못 뛰어서 알게 모르게 경기력이 떨어진 상태예요. 우선 몸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고, 경기 뛰면서 좋아지겠죠. 제 장점이 공격 나가서 돌파하고 크로스 올리는 건데 (김)신욱이형이 최전방에 있고 하니까 기대도 크고, 확실히 어필할 수 있게 열심히 해야죠.”


-새 시즌 목표는.

“우선 빨리 적응해서 출전 시간 많이 잡는 게 목표. 잘 하고 있으면 대표팀에서도 한번 불러주시지 않을까요.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오래 하고 싶어요. 기대가 큽니다. 재미있을 거 같아요.”


정동호는? ▲생년월일: 1990년 3월 7일 (부산) ▲신체조건: 175cm, 68kg ▲포지션: 측면 수비수 학력: 부경고 ▲소속팀: 2009∼2010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 / 2011 가이나레 돗토리(일본) / 2012 항저우 그린타운(중국) / 2013 요코하마 마리노스 / 2014 울산 현대 ▲대표경력: 청소년대표 / 올림픽대표

서귀포|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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