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이선규, 높이의 삼성화재 만들다

입력 2014-0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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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규. 스포츠동아DB

공격성공률 70% 넘으면 승리…상승세 견인

삼성화재로 옮기자마자 버스 추돌사고 액땜
신감독 잔소리 내공 극복…팀 핵심으로 우뚝

이선규(33)는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를 앞두고 현대캐피탈로 간 여오현의 보상선수로 삼성화재에 오자마자 큰 액땜을 했다. 용인 삼성스포츠센터에 승용차를 타고 출근하던 길에 버스와 추돌사고를 당했다.

충격이 컸다. 새 팀의 6시즌 연속 우승기념 해외여행도 참가하지 못했다. 대한배구협회에 진단서를 내고 월드리그 출전 엔트리에도 빠졌다. 이후 고생했다. 새로운 팀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몸 상태가 우선 나빴다. 신치용 감독의 잔소리는 심했다. 어떤 선수건 팀에 들어오면 6개월가량 감독의 잔소리를 견뎌내야 했다. “너 나가”란 소리를 여러 차례 들었다. 그 힘든 시기를 못 견디고 나간 선수는 많았다. 삼성화재 출신 가운데 그 소리를 듣지 않은 선수는 없었다. 김세진 러시앤캐시 감독도, 신진식 삼성화재 코치도 들었다. ‘내가 정말 여기서 배구를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신 감독의 복심(腹心) 고희진이 거들었다. “(박)철우가 처음 우리 팀에 왔을 때와 같은 상태입니다. (이)선규가 멘붕이 왔습니다”라고 감독에 귀띔했다.

신 감독은 이선규를 따로 불렀다. 소주 한 잔을 사주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선규는 신 감독의 속내를 알았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선규는 내공이 있었다. 신 감독도 그 점을 인정했다. 박철우도 1년이나 걸렸다는 삼성화재만의 수련과정을 몇 달 만에 통과했다.

시즌을 앞두고 벌어진 일본 도요타와 연습경기 때 신 감독은 선언했다.

“우리 팀의 2번 자리(센터)는 이선규다.”

그때부터 이선규의 새로운 배구인생이 시작됐다. V리그 2라운드에는 회춘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6경기서 60득점을 하며 팀의 선두질주에 앞장섰다. 공격성공률이 무려 69%였다. 블로킹도 18개나 잡아냈다. 고희진과 함께 팀의 블로킹 부문 선두를 주도했다. 이 부문은 그동안 현대캐피탈의 몫이었다.

그러나 3라운드 들어 주춤했다. 박철우의 부상과 더불어 고희진도 함께 부진했다. 선두를 현대캐피탈에 내준 이유였다. 공교롭게도 삼성화재가 3라운드에서 당한 2번의 패배 때마다 이선규는 부진했다. 지난해 12월25일 대한항공전 때는 2득점에 불과했다. 블로킹은 없었다. 상대의 트릭에 번번이 속았다. 5일 현대캐피탈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5득점에 그쳤다. 블로킹은 3개나 했지만 속공 성공이 2개뿐이었다.

박철우의 공백으로 레오의 공격부담이 늘어가는 상황이라 삼성화재는 이선규의 부진이 아쉬웠다. 신 감독은 “동네배구를 한다”며 이선규에게 자극을 줬다. 베테랑은 버텼다. 8일 한국전력을 상대로 8득점하더니 14일 우리카드전에서 10득점하며 부활을 알렸다.

최근 5경기에서 이선규의 공격성공률이 70%를 넘을 때마다 삼성화재는 이겼다. 고희진과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이선규는 삼성화재를 속공의 팀, 블로킹의 팀으로 만들고 있다. 중앙이 탄탄하면 모든 것이 쉬워지는 것이 배구라고 했다. 삼성화재는 갈수록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선두에 있으면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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