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에서 식단을 관리하는 한정숙 영양사는 국가대표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소치까지 날아갔다. 소치|홍재현 기자
한국 음식 그리움 안 느끼게 신경써야죠
음식이 선수들 컨디션과 직결 되잖아요
장기간 외국에 머물면 가장 생각나는 게 ‘집밥’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따뜻한 쌀밥에 김치를 얹어서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게 마련이죠.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치르는 한국국가대표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지훈련을 떠나 한두 달씩 외국에 있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한국 밥상이 그리워집니다.
이런 선수들에게 기꺼이 맛있는 밥과 반찬을 제공하는 ‘국가대표 엄마’가 있습니다. 태극전사들을 위해 머나먼 러시아 소치까지 날아온 한정숙 영양사입니다. 한 씨는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영양사입니다. 소치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라’는 특명을 받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난관은 많습니다. 1일 1식을 기준으로 한식 도시락을 제작해 대표팀에 보내고, 선수들이 코리아하우스에 올 때는 ‘방문특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한식 재료를 구하기가 여간 만만치 않습니다. 서양식 주방시설도 핸디캡입니다. 곰탕의 경우 오랫동안 끓여 국물을 우려내야 하는데 그릴로만 제작된 주방에서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한 씨는 한정된 재료에서 솜씨를 십분 발휘해 최고의 음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단순히 ‘식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음식은 선수들의 컨디션과 직결됩니다. 메뉴 구성부터 맛 등 신경을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힘들만도 한데 한 씨는 “선수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만 봐도 좋다”며 웃습니다. “정말 맛있다. 도시락도 꽉꽉 눌러 담아달라”는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이강석의 주문에 지친 몸을 일으켜 신나게 프라이팬을 움직입니다.
한 씨는 “선수들에게 타국에서 한국 음식의 그리움을 채워주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마음이 선수단에도 전달됐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대표 노선영은 “코리아하우스의 밥을 먹으면 힘이 난다”고 좋아했습니다.
한 씨가 만든 음식은 맛있습니다. 이 밥이 더 맛있는 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외국이라서가 아니라 한 씨가 자식에게 맛있는 것을 하나 더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요.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