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소치] 불모지서 꽃 피운 컬링, 우생순 신화 2탄 쓴다

입력 2014-02-1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오늘 오후 2시 일본과 예선 1차전

유리창청소(?) 설움 속 2012년 세계4강
평창올림픽까지 100억원 후원 지원군도
최약체 평가 딛고 올림픽 첫 메달 각오

한국은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5위를 차지했다. 밴쿠버대회에서 한국이 약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간 쇼트트랙에 편중됐던 메달 종목이 스피드스케이팅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당시 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의 이상화(25·서울시청), 모태범(25·대한항공), 이승훈(26·대한항공)은 예상 밖의 금 릴레이를 펼쳤다. 전략종목의 다변화는 한국동계스포츠의 오랜 숙원이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선 여자컬링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하는 여자컬링대표팀은 11일 오후 2시(한국시간) 일본과의 예선 1차전을 시작으로 소치동계올림픽의 첫 발을 뗀다.


● 2012세계선수권 4강…불모지에서 피운 꽃

컬링은 1998나가노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은 1994년 대한컬링경기연맹을 창립했고, 여자컬링대표팀은 2002년 미국 비스마르크대회 때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무대에 섰다. 결과는 참담했다. 9전패로 최하위(10위)를 기록하고 짐을 쌌다. 이후에도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국의 컬링 인프라를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현재 국내에 국제 규격의 컬링경기장은 태릉과 경북 의성에 2곳뿐이다. 운동 공간이 부족해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일도 있었다. 브러시를 들고 다녀 유리창 청소부로 오해를 받는 설움도 겪었지만, 선수들은 올림픽을 꿈꾸며 구슬땀을 흘렸다.

마침내 기적과 같은 성과가 나타났다. 여자컬링대표팀은 2012년 3월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4강에 올랐다. 당시 대표팀은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스웨덴에 9-8로 역전승을 거두는 등 6연승을 달렸다. ‘컬링종주국’ 스코틀랜드와 ‘아시아 최강’ 중국을 비롯해 미국, 덴마크 등이 모두 제물이었다. 여자컬링의 ‘우생순’ 신화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신세계그룹이 2018평창동계올림픽까지 100억원의 후원을 약속하는 등 든든한 지원군도 생겼다.


● 객관적 전력 열세? 또 한번의 이변을 꿈꾼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을 강호로 꼽는 세계 컬링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객관적으로도 소치동계올림픽 여자컬링에 출전하는 10개국 중 한국의 세계랭킹이 가장 낮다. 영국의 스포츠베팅업체가 최근 발표한 소치동계올림픽 여자컬링의 한국 우승 배당률은 10개국 중 가장 높은 201대 1이다. 우승 확률이 가장 낮다는 의미다. 반면 캐나다는 2.30대 1이다. 한국의 등록 선수가 약 700명에 불과한데 반해 캐나다는 무려 200만명을 헤아릴 정도로 컬링의 저변이 넓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자컬링대표팀은 2년 전 세계선수권에서 증명해냈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이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선 스웨덴, 캐나다, 스위스, 중국, 덴마크 등 세계 강호들을 넘어야 한다. 정영섭(57) 감독, 최민석(35) 코치, 신미성(36), 김지선(27), 이슬비(26), 김은지(24),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여자컬링대표팀은 ‘소치의 기적’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