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기자의 소치 에세이] ‘소녀감성’ 이상화가 ‘악바리’가 되기까지

입력 2014-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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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상화(25·서울시청)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독보적 존재입니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 이어 2014소치동계올림픽까지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3번째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해발고도가 해수면과 같아 공기저항이 강하고, 빙질도 좋지 않은 곳에서 올림픽신기록을 세운 것도 대단합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이상화의 저력에 경쟁심이 아닌 존경심을 드러냈습니다. 실력차가 너무 크다보니 패배에 분해하기보다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준 이상화에게 박수를 보낸 것입니다. 12일(한국시간) 500m 경기가 끝난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있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해주는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축하인사는 다음날까지 이어졌습니다. 회복훈련을 위해 아들레르 아레나에 이상화가 나타나자 선수들 저마다 축하인사를 건넸습니다. 남자 1000m의 세계적 강자 샤니 데이비스(32·미국)는 압도적 기량으로 우승한 한국의 작은 스케이터에게 축하의 포옹을 했고,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던 예니 볼프(35·독일)도 이상화를 찾아가 안아줬습니다.

500m에서 최고의 레이스를 펼친 이상화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습니다. 승자의 여유로움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정상에 오르기까지 그녀가 흘린 땀방울은 셀 수 없습니다. 운동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끝까지 목표한 바를 이뤄냈습니다. 지난해 여름 경기도 화천에서 진행된 전지훈련 때의 일만 봐도 그녀가 악바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빙상대표선수들이 산길을 타이어를 단 자전거로 올라가는 훈련을 소화할 때였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너무 힘들어 중간, 중간 쉬었지만 이상화는 한 번도 자전거 페달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힘들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고통을 참아낸 것입니다.

이상화는 유니폼을 벗으면 레고, 인형 등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네일아트를 하는 보통의 여자입니다. 터프한 종목 특성 때문에 강인한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지만, 경기 전날에는 부담감으로 좀처럼 잠을 못 이루기도 합니다. 그런 이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한 멘탈을 지니기까지, 얼마나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을까요. 다른 선수들도 이를 잘 알기에 그녀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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