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에 하숙생까지…4명 키워낸 ‘국대 하숙집’ 잔칫날

입력 2014-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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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의 ‘미니 분촌’과도 같은 ‘국대 하숙집’의 마음 따뜻한 어머니.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박승희의 어머니 이옥경 씨는 삼남매를 모두 국가대표로 키워냈다. 운동선수 삼남매를 뒷바라지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소치에서 둘째 딸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건 김아랑까지 2008년부터 막내딸처럼 품었다. 스포츠동아DB

■ 쇼트트랙 金 박승희 어머니 이옥경 씨

큰 딸 승주 빙속·막내 아들 세영 쇼트트랙
계주 함께 뛴 김아랑도 친자식처럼 보살펴
김아랑 불편할까 아들은 다른 하숙집 생활
운전기사 역할 어머니 이동 거리만 50만km

“4년 뒤 평창까지 계속 달려야죠”


국가대표만 4명이 사는 집. 2014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2명을 배출하고 동메달 1개도 곁들였다. 태릉선수촌이 ‘미니 분촌’이라도 낸 것 같다. 그러나 경기도 화성의 한 아파트다.

‘국대(국가대표) 하숙집’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이 곳은 삼남매를 국가대표로 키워낸 것도 모자라 또 한명의 국가대표를 친자식처럼 뒷바라지한 박진호(54) 씨-이옥경(48) 씨 부부의 집이다.

둘째 딸 박승희(22·화성시청)와 막내딸 같은 하숙생 김아랑(19·전주제일고)은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함께 금메달을 따냈다. 어머니 이 씨에게 19일 전화를 걸어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10년 넘게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 중 고되거나 힘들었던 일이 갑자기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쁜 추억만 남았다. 금메달이 주는 보람이 이런 거구나 싶다. 나보다는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리고 아이 셋 공부시키는 거나 운동시키는 거나 똑같다. 세 명은 다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머니는 큰 딸 박승주(24·단국대)를 스피드스케이팅대표, 둘째 승희와 아들 세영(21·단국대)을 쇼트트랙대표로 키웠다. 2008년부터는 전주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힘들게 훈련했던 김아랑까지 하숙생으로 받아 함께 살을 부대며 키웠다. 그리고 아이 넷을 모두 소치로 보냈다.

아이들이 수천, 수만 바퀴 빙상장을 돈 동안, 어머니의 마티즈 자동차는 10만km를 달린 뒤 은퇴했고 다시 카니발 자동차가 40만km를 달렸다. 커진 덩치에 맞춰 차도 바꿨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과천 실내링크를 거쳐 학교, 그리고 다시 훈련장을 오가는 일정을 매일 반복했다.

운동선수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다른 형제, 자매가 함께 하던 운동을 포기하는 일도 많다. 그러나 어머니는 김아랑까지 품었다. “아랑이가 어린 나이에 전주에서 서울을 오가며 너무 힘들게 운동했어요. 집이 먼 운동선수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진짜 하숙집이 바로 근처에요. 그 집에 살 예정이었는데, 남자 아이들이 많아 불편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 아들을 그 집으로 보내고 언니들이 있는 우리 집에서 함께 살기로 했죠.” 김아랑은 박승주-박승희, 두 언니와 안방을 함께 쓴다. 제사도 함께 지내는 진짜 가족이 됐다.

태릉선수촌에 들어간 뒤에도 주말이면 4명의 자식이 집에 몰려와 실컷 놀았다. 같은 국가대표 동료, 친구들도 종종 찾았다. 먹성도 국가대표 수준인 아들, 딸들과 함께 ‘국대 하숙집’은 자주 ‘즐거운 아수라장’이 됐다.

금메달 소식이 전해지기 전 둘째는 500m에서 경쟁 선수의 방해로 금메달을 놓쳤다. 큰 딸은 입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한번도 실망하거나 낙담한 적이 없었다. “큰 애만 올림픽에 가지 못할까봐 마음 졸였었어요.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했죠. 승희는 우리가 약했던 500m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값진 동메달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막내는 올림픽에서 열심히 많은 것을 배우고 오길 바랐어요.”

‘국대 하숙집’은 4년 뒤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변함없이 ‘운영’된다. 어머니는 “카니발이 40만km를 달렸지만 아직 쌩쌩하다”며 웃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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